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아침에는 목으로 차가운 바람이 파고들어 추웠고 저녁에는 겉에 걸친 외투를 벗어도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봄 날씨가 아무리 변덕스럽다고는 하지만 조석 지변하는 날씨의 비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날씨 예보를 참고하여 길을 나선다. 지난겨울에도 그랬고 올봄도 그랬다. 그러나 날씨 예보에 맞추려는 2년 정도의 옷차림 경험치를 봐서 정확도가 높아졌을 법도한데 춥거나 덥다.

 자가운전으로 출퇴근할 때는 날씨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차 안에 여벌의 옷을 넣어두지 않아도 '에어컨과 히터'라는 두 개의 비상장치가 있고 몇 개쯤의 우산도 항상 트렁크에 들어 있어 갑자기 비를 만나도 남에게 선심을 써도 되었다. 하지만 걸어 다니길 일상화하면서 아침마다 날씨 예보를 믿고 의지하지만, 날씨와 옷차림은 겉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노인들의 골목길 좌담이 들렸다. '드루킹이 모여? 파워 블로그는 또 모고? 매크로 프로그램은?' 조금 더 가다가 다른 이들이 말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긴 되나 벼!' 아마도 불쑥 튀어나온 문재인 정부의 비방 댓글 조작 사건과 남북 간에 사상 처음으로 직통전화가 설치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주민 간에 벌어진 좌담이었던 것 같다.

 노인들은 종편방송을 통해 뉴스를 접했던 같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가까이하지 않는 세대라 닉네임과 파워 블로그라는 말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며 더구나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생소할 것이다. 전쟁과 휴전을 겪은 세대라 남북문제만큼은 관심사항이나 휴전 후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나서 통일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남북교류는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8.15 남북선언을 한 이후 시작되었고 지난 정권에 의해 10년간 멈추었다. 이후 박정희의 7.4 성명에 기초하여 문재인 정부가 다시 남북교류를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알고 있다. 필자는 두 가지 다 어눌하다. 인터넷 세상에 밝지도 않고 전후 세대라 전쟁의 참상도 귀동냥 정도이다. 직접 겪는 매일의 날씨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드넓은 인터넷 세상과 나라이야기는 더욱 아둔하기 짝이 없다.

 김경수 국회의원이 드루킹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애초부터 전말 자체는 궁금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세에 몰두한다고 했고 야당은 국회의 파행을 서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언론의 합세도 만만치 않다. 이미 세월호 사건을 통해 언론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국민에게 언론의 오보는 오히려 익숙하다. 김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과 지역구 사무실이 압수수색됐다는 간부급 기자의 오보는 실수인가, 고의인가?

 몸이 으스스 추운 것으로 봐서 감기 초기 증상 같다. 차가운 바람이 목 안으로 들어와 생긴 증상일 것이다. 이 정도야 병원에 가 진료를 받고 처방대로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곧 앞둔 지방선거판에 드나들 제2의 드루킹과 국민을 교란시키는 제3의, 제4의 드루킹을 대적할 방법은 무엇일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