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아지랑이 피는 따뜻한 봄빛이 내 마음을 흔들어 댄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새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봄은 새로운 생물체가 자라나듯 자신의 꿈과 희망을 보듬고 가꾸는 계절이다. 우리들의 생명수를 담은 초평저수지는 마치 한반도 지형을 감싸며 승천하는 청용의 모습을 닮았다. '미르 숲'은 순 우리말인 미르와 숲의 합성어로 용이 살고 있는 뜻이다. 이런 길지에서 태어난 용띠 부부가 동행하니 기운이 용솟음치며 생기가 돈다.

 힐링의 보물단지인 '미르 숲'을 이웃마실 다니듯이 산책하고 있다. 오가며 만나는 분들에게 심신 치유의 으뜸이라고 알리니까? 그 입소문에 솔깃한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주말에는 넓고 넓은 주차장에 빈틈이 없을 정도이다. '징검다리' 또는 '농다리'를 건널 땐 물방울로 오염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낸다. 참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우거진 숲은 언제나 청량하다. 더욱이 물속에서 뿜어낸 음이온에 정신이 해맑아진다. 이름 모르는 산새들의 정다운 합창소리가 귓속으로 빨려들며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한참 걷다보면 사각형 미선나무 꽃이 으쓱 선보인다. 조금 지나 '미리내 쉼터'에 이르면 소나무 한그루가 물 앞에 엎드려 세수를 하고 있다. 다음구간 '굴피나무 쉼터'를 스치려는데 산마루에서 세안한 얼굴을 보여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래도 흥미진지한 '하늘다리'가 마음을 당긴다. 흔들리고 울렁거리는 다리를 비틀거리며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바라보면 짜릿함을 느낀다. '좋은날'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오순도순 입맞춤하며 휴식을 취한다. 잔잔한 호수에서 요트선수들이 어영차 노를 저어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힘자랑을 하고 있다. 물속에서는 우대받는 잉어와 참붕어들이 수중발레를 하며 교묘한 재주를 보여준다. 건너편 산자락에선 한 쌍의 쟁기와 까투리가 감미로운 멜로디를 울린다.

 가파른 산 정상에 올라가 잠시 숨을 고른 후 사방팔방을 두루 조망해본다. 눈부신 호수 중심으로 겹겹이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움에 고마움을 느낀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인간이 저 숲에서 뿜어내는 청량한 산소 덕분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농암정 쉼터'에서 현재와 머나먼 미래를 명상하며 감상해본다. 온 천지를 둘러보니 산자락과 하천에 순백의 꽃들이 검은머리에 흰 머리칼처럼 희끗 희끗 반짝거린다. 연두 빛으로 피어나는 온갖 나무와 풀의 생명력은 시간이 흐르는 변화를 느낀다.

 이래서 물과 숲을 벗 삼아 시간을 쉬어갈 만한 최고의 유원지로 손꼽힌다. 돌아온 생명을 만나는 것으로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고 활력이 넘친다. 변함없이 다시 돋아나는 '미르 숲'은 우리의 생명이자 친구이며 사랑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되었다. 생명이 돌아온 '미르 숲'에 봄꽃이 지금 한창이다. 인생의 황금기에 저 화려한 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피우며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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