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 와중에 우리나라의 경기침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임금근로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고, 청년들에게 실업의 공포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고 있고, 정부나 청년들의 대응방법은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려 있고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공무원 수를 늘리려고 애쓴다. 이런 단기적 처방으로는 근본적으로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요즘 잘 나간다는 일본을 한번 보자. 1990년대 들어와 경기침체가 심화된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릴 정도의 불황을 겪었다. 이 기간 동안에 일본 정부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제3차 벤처 붐을 일으켰다. 일본의 젊은이들 역시 많은 의식변화를 겪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대기업에 근무하는 아버지들이 해고당하는 모습을 목격했으며, 자신들은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부정적 상황을 경험했다. 경험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통하여 일본의 유능한 젊은이들은 근무조건이 좋은 대기업 역시 상황이 나빠지면 사람을 해고시킬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게 되었다.

 당시 일본에서 청년들의 취업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언론과 대학이 한몫을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많은 매스컴이나 비즈니스 잡지들이 벤처 관련 기사를 크게 다루었고, 대학에서는 앞 다투어 벤처 관련 학과를 개설하여 젊은이들이 벤처의 매력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이와 같은 범사회적 노력은 대기업 취업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던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기회로 인식되었다. 일본의 유능한 젊은이들은 벤처 창업이 지금 당장의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성공 시에는 큰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태도는 일본에서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강한 일본 산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IMF 구제금융 때보다도 경제가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에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실물경제가 뒷받침되고 있는 일본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10년 전에 싹을 틔운 벤처창업이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고, 덩달아 제조업도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는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다. 판매가 가능한 기술을 만들고, 기술력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죽지 않고 생존한다. 어려운 시기를 통하여 일본은 청년들에게 강인한 경험을 쌓게 만듦으로써 경제를 되살려냈다. 그것은 앞으로 일본을 지탱하는 자산으로 작동할 것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속칭 일류대학 졸업자들 대부분이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수한 공대 졸업생들은 기술현장보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몰린다. 젊은이들의 벤처정신이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뛸 수 있는 벤처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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