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수학에서 변곡점이란 어떤 한 점을 경계로 좌우에서 오목, 볼록의 상태가 바뀔 때 그 점을 변곡점이라 한다. 즉 어느 추세가 다른 추세로 변하는 대변혁의 전환점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은 한국역사에 있어 역사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수진영의 대표야당 조차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고 여론조사에서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75.2%가 문 대통령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이다.

 역사는 필연보다는 우연이라고 한다. 독일 통일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정말 우연히 이뤄졌다. 당시 동독 공산당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여행자유화 정책을 발표할 때 한 이탈리아 기자가 그 정책이 언제부터 유효한 지 물었고 새 정책에 대해 별로 아는 바 없던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지금부터 바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외신 기자들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당장 동베를린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고 전했고 뉴스를 시청한 동독주민들은 정말 당장에 서독여행이 가능해졌는지 알아보려는 호기심에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갔다고 한다.

 당연히 국경수비대가 저지했지만 동독주민들의 "뉴스를 듣지도 못했느냐?"는 말에 길을 터줬고 이에 흥분한 일부 동독주민들이 도끼와 망치를 들고 나와 장벽을 부수기 시작했으며 반대편 서베를린의 젊은이들도 망치로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말로 우연한 계기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도 우연한 기회의 완벽한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첫째, 갑작스럽게 국정농단 문제가 불거져 보수정부가 퇴출되었고 이를 대신해 문재인 진보정부가 등장해서 이전 보수정부가 거부해 왔던 북측의 남북대화 제안과 비핵화 입장이 수용될 수 있었다는 점. 둘째, 김정은이 북한주민들에게 핵무장이 완성되면 재래식 군비를 절약할 수 있고 그 여력으로 민생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반대로 미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과 강력한 경제제재를 초래해 오히려 북한경제가 파탄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다는 점. 셋째,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등장 등이다. 이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런 우연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의 발표로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절 "이제 곧 통일이 되어 북한으로 관광도 갈 수 있게 될 것 같다."라고 하셨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번에는 지난 남북대화나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든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적 변곡점으로 작용하여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통일의 꿈도 꾸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우리의 젊은 청년들이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남한의 지정학적 한계를 벗어나 기차를 타고 육로로 아시아대륙과 유럽대륙을 누비며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