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들뜬 기분이다. 그토록 바라는 우리의 염원이 통일이기 때문이다. 분단된 독일, 베트남, 중국이 통일로 갔다. 우리만 통일을 못 이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만남은 매우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통일이 되어 통일신라를 이루었듯이 언젠가는 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그 언젠가라는 시점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남북이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우리민족의 갈 길을 찾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을 보면서 이번만큼은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천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 역사적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만남에 대해 미국·러시아·일본·중국 등 한반도 주변 정상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각국의 셈법에 따라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의 격렬한 한 해가 지나고 남북 간 역사적인 만남이 일어나고 있다.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 전쟁이 끝날 것이다"면서 "이는 미국을 포함해 위대한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러나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정은을 믿지 못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판문점 선언'이 나온 직후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번 회담에서 거둔 긍정적인 성과는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해왔는데, 남북한의 구상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역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판문점에서 이루어진 남북한 정상의 성공적 회담을 환영한다"며 "이를 민족적 화해와 자체적 가치를 가진 공고한 상호관계 구축을 향한 남북한의 의미 있는 행보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어 "회담 결과 채택된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합의들을 긍정적으로 평가 한다"면서 "(러시아는) 철도, 전력, 가스 등의 분야에 걸친 3자 협력 진전을 통해 남북한 간 실질적 협력 구축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남북러 3자 협력 추진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이상에서 보듯 주요 강대국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이들과 공조를 취하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울러 한·미공조를 깨지 않고 보다 굳건히 하면서 우리 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 안보개념이 흐트러질 때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 이점을 늘 염두에 두길 바란다. 평화정착은 '북핵 완전 폐기'를 전제로 이루어지길 당부한다. 학습에서 배운 북한의 태도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판문점 선언이 선언으로만 끝날게 아니라 반드시 합의이행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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