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를 익반죽하여 냉면틀에 눌러서 국수를 빼내어 바로 삶아 먹는 것으로 눌러서 만드는 압출면(압착면)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대체적으로 냉면은 시원하여 여름에 즐겨먹는 음식이지만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추운 겨울에 더운 방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면을 먹는 것이 더욱 진미라고 한다.

 한 때 금강산 관광을 가면 코스로 옥류관에 들러서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었다. 맛이 남한의 일반적인 조미료 냉면과는 전혀 달라 일반적으로 먹었던 냉면의 맛을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제대로 된 평양냉면 집에서 먹었다면 북한의 평양냉면이라 해서 그다지 낯선 맛은 아닐 것이다.

 평양 대동강에 있는 옥류관에서 나오는 평양냉면에는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우려내고 여기에 동치미를 섞은 육수에다 메밀과 전분으로 반죽한 면을 쓴다고 한다. 북한의 냉면 국물은 상당히 차가운 편이다. 또 북한에서는 냉면을 잘라먹지 않는다. 탈북자들은 남한의 냉면집에서 냉면을 가위로 잘라주는 모습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다.

 평양냉면이 이번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만찬 메뉴로 등장해 인기가 짱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냉면을 이곳 회담장까지 멀리서 가져왔다"는 말이 발단도 되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역시 배달의 민족이다"는 등 반응이 잇따르며 평양냉면이 화제를 몰고 갔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평양냉면식당은 뜻하지 않게 손님들로 붐벼 단숨에 유명세를 탔다. 북한측은 남북정상회담장에 냉면을 선보이기 위해 평양냉면을 뽑는 기계까지 판문점으로 공수해 진짜 평양냉면을 맛보게 했다. 북한에서 평양냉면을 잘 한다는 식당인 대동강변 옥류관이 잠시 판문점으로 옮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평양냉면을 먹은 사람들 대부분은 서울의 평양냉면과 "다른 맛"이라고 했다. 우선 면이 더 쫄깃하다. 메밀 비율이 서울보다 높다는 말도 나왔다. 냉면육수도 소, 돼지, 닭고기를 배합해 우려내는 게 일반적이나 이곳에서 나온 옥류관 냉면에서는 꿩과 닭 국물을 쓴 탓인지 맛이 달랐다고 했다.거기에 동치미 국물을 섞었고 간도 간장으로 맞추었다니 맛이 색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냉면위의 고명 역시 소·돼지 편육과 삶은 계란, 무김치, 오이, 배, 잣, 계란지단 등이 올라 남쪽과 차이가 있다. 먹을 때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 올려 거기에 일단 식초를 뿌린 뒤 육수와 섞어 먹도록 손님들에게 권한다. 매운 맛을 원할 때는 겨자를 넣는 건 비슷하나 빨간 양념장을 따로 준비해 넣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다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옥류관의 평양냉면이 만찬 메뉴로 떠오르자 회담이 끝난 뒤 남한의 냉면식당에는 연일 냉면을 먹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는 냉면전문집을 찾아가지 못한 사람들은 동네 슈퍼에서 인스턴트 냉면을 사다 집에서 손수 냉면을 만들어 먹을 정도의 풍경까지 연출했다고도 한다. 평양냉면의 인증샷은 물론 남북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이 인기를 누리자 언젠가 옥류관 평양냉면을 쉽게 먹을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