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날, 급히 외출을 하게 되었다. 시내버스를 타고나서 회담소식이 궁금하여 보려니 핸드폰을 놓고 나온 것을 알았다. 손목시계도 안 차고 다니니 더욱 불편했고 무엇보다 연락할 수 없었다. 차에서 내려 헐레벌떡 공중전화를 찾았지만 동전도 없거니와 전화번호도 몰라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공연히 심란하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가까스로 용무를 마치고 귀가하니 부재중 전화도 있고, '좋은 글귀와 명언'이 어서 읽어보라고 재촉하여 열어보니 '나를 사랑하는 법'이 삽화와 곁들여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바쁘게 살다 보면 자칫 나를 위한 일을 하기 어렵다. 학업을 마치고 근무할 때도 온갖 업무로 혹사시키고, 가정과 사회에서 때로는 한 몸에 두 지게 지듯 1인 몇 역을 수행하느라 힘들었고, 이제 정년퇴직도 한 나를 사랑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쉽지 않았는데, <로마의 휴일>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여배우인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의 명언을 읽고 많은 공감을 하였다.

 나 자신이 심심하지 않도록 취미를 만들어주고, 친구를 사귀어서 외롭지 않게 해주고, 가끔은 멋진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많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게 해박한 지식을 쌓도록 책을 읽고,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파이팅을 외쳐서 하루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고, 신발만은 좋은 걸 신어 좋은 곳에 데려다주게 하고, 미래에 나 자신이 위험하지 않게 저축으로 대비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루 30분씩 꼭 산책을 하고, 부모님께 잘해서 이 다음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예쁜 꽃들을 주위에 꽂아두고 향기를 맡을 수 있게 해주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나를 훈련시켜주고, 너무 많은 것을 속에 담아두지 않게 가끔은 펑펑 울어 주고, 누군가에게 섭섭한 일이 있어도 용서해 줌으로써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마치 나의 멘토(mentor)가 되어 나를 깨우쳐주기 위한 것 같다.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좌우명처럼 여기고 실천하고 싶다. 그러나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도 이미 있으니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었던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가 말하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 찾는 '나를 사랑하는 법'도 감명 깊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보다 현재의 결점이나 약점을 부정하거나 숨기려 하지 말고 온전히 인정한 후, 그 결점과 약점을 장점화하고 개성화하고, 스스로 행복할 만한 충분한 이유와 권리가 있음을 자각하라고 한다.

 나의 인생을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경주로 보다 길게 내다보고 내가 가진 문제나 약점 등을 끌어안고 장점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며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교훈이다.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어렵게 탄생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도 하나하나 잘 이행하고, 남·북·미가 신뢰를 쌓아가며 발전하고, 우리 국민도 더욱 행복하려면 소중한 나를 사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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