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교수

[이정윤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교수]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칠 정도로 냉기를 느끼는 증상이다. 일반적인 수족냉증은 주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할 때 잘 생긴다. 하지만 특정 질환에 의해 생기기도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말초혈관이 수축하는 레이노병, 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질환으로 인한 수족냉증은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냉증이 완화될 수 있으므로, 혈액순환 문제로 인한 일반적인 수족냉증인지 질환에 의한 수족냉증인지를 구분해 치료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수족냉증은 여성에서 남성보다 1.5배 정도 많이 생기는데,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임신 및 출산과 폐경 등으로 호르몬 변동이 크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변동하면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혈관이 수축된다. 그러므로 갱년기 여성은 물론이고 생리 전후로 호르몬 주기가 바뀌는 젊은 여성도 수족냉증을 많이 호소한다. 수족냉증에는 무엇보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고, 반신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혈액순환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족냉증에 전문적인 체질별 한약치료도 큰 도움을 준다.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수족냉증을 "손발이 차다"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동일하지만, 환자의 체질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르다고 본다. 소음인은 체질적으로 취약한 비위(脾胃)의 따뜻한 기운 즉 소화기능이 약해져서 손발이 찬 경우가 많고, 소양인은 체질적으로 왕성한 위(胃)의 열기가 위쪽으로 몰리면서 아래쪽이 차가워지고 특히 발이 찬 경우가 많다. 태음인의 경우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은 좋은 반면, 에너지를 대사하고 순환시키는 기능 즉 심폐기능이 약해서 말초까지 혈액과 맑은 기운을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태음인은 손발이 차가워짐과 동시에 피부가 건조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수족냉증이 발생하는 원인이 체질에 따라 다르므로 치료법 또한 체질별로 다르다. 그러므로 손발이 차다고 무턱대고 인삼, 홍삼, 생강, 계피 등의 따뜻하고 뜨거운 성질의 한약재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소음인에게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지만, 소음인을 제외한 타 체질의 수족냉증 환자에게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소양인이 이러한 한약재를 일정기간 이상 복용하게 되면 두통, 어지럼증, 가슴이 답답한 증상, 피부발진, 소양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수족냉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에는 가까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방문하여 사상체질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체질과 수족냉증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받고 한약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한약치료와 더불어 침과 뜸치료도 수족냉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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