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사회에서 지친 심신을 이끌고 들어온 가정은 무조건 나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해주어야 하며, 가정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나를 믿어주고, 내편이며, 내게 맞추어 주길 원하는 마음이 우리들 모두에게 조금씩 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식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가정이 50%가 안 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에 의하면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80.6%이며, 가정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현실에도 우리의 이 소망의 뿌리는 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정은 사적영역으로 분리되어 공적영역(직장)과 우선순위 다툼에서 밀린 지 오래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일을 하는 거라고 우리는 믿지만, 사실은 일을 하기위해 가정을 희생시켜 왔다.

공적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은 '직장인'으로 대우 받으며, 급여를 받고 그에 따른 지위와 인정이 있다. 사적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은 남/여 모두 '주부'인 '노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하다못해 최근에는 은행에 가서 내 이름으로 통장 하나 만들기도 힘들다. 일을 하기위해 육아 및 양육문제는 뒷전이 된 지 오래고, 법적으로 출산 및 육아휴직을 부모 모두에게 쓰도록 한다고 하나, 어느 기업에서 얼마큼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아픈 남을 돌봐주면 돈을 받지만,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에게는 '의무'일 뿐이다. 먹고 살기 바쁜 젊은 세대에게 '효'라는 명분으로 국가가 고민해야할 '노인문제'를 부담시켜 왔지만, 이미 이것은 점차 균열이 가고, 똑똑한 60세 이상 부모세대는 점차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싶다. 다만 가정 안에서 각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묻기 전에, 청년세대의 결혼문제를, 부부들의 가정폭력을, 자녀들이 겪는 아동학대를 어르신들의 노인문제를 '개인의 문제'라고 오도하지 말자.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고, 젠더폭력은 국가 개입 없이 해결되지 않으며, 아동학대는 양육 못하는 한 가정 안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 죽도록 일하는 장년세대가 효를 못해서 노인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화합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산업화와 자본주의에 의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주의를 통해 최상의 것을 숙고하고 논의하여 개선할 수 있다.

앞으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가정을 위한 멋진 정책을 발표하고, 국가가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국민들에게 이제는 국가발전의 결과를 돌려주자. 결국 이로 인한 좋은 영향은 다시 국가로 되돌아 올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