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바람이 분다. 한반도에 부는 봄바람이다.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간 '도보다리' 회담은 푸근했다.지인 한명은 "삼촌과 조카가 차 한 잔하며 정담을 나누는 광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연배차이로 보면 그럴 듯한 해석이다. 삼촌과 조카가 봄을 맞아 차담을 나누는 모습. 남북한 정상회담으로 '북핵'에 시달리던 한반도 전쟁위험은 현저하게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쟁, 그 비극적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약속이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은 3년간 300만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악한 전쟁'이었다. 한반도는 당시 첨단 무기로 초토화 됐다. '북핵'이라는 첨단무기가 다시 사용된다면, 아예 한반도는 사라진다. 지금, 남북한 간 대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남북한 간 골을 그대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 보여주기 식, '쇼잉'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온다. 서로에게 충실한 대화가 필요하다. 절실하다. 자연에서 부는 바람은 '공기의 움직임으로 불어오는' 것이지만, 인간사회에서 부는 바람은 '희망을 만들어가는 약속'이다.

바람은 어떤 일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이다. 한반도에서 부는 바람은 전쟁위협이 없고, 평화가 공존하며, 더 나은 생활이 보장되는 바람이다. 바람이 분다고 바람이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바람을 이루는 것은 남북한 간 의지다. 바람을 이루는 것은 간절하게 번영을 이루려는 마음이다.  약속은 그래서 중요하다. 분단된 한반도가 다시 합쳐지고 '잘~~살기' 위해서는 바람으로 시작해 약속이행이 중요하다.  그리고 약속은 구체적이어야만 한다. 여염집 친구들간 약속도 시간과 장소, 무엇을 할건지 등등을 정한다.

판문점 선언은 3개항 13개 조항으로 이뤄진 '약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는 약속이 더해졌다. 모두 지켜져야 한다. 기록이 깨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약속은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세계사에 유례없이 분단 기록을 세우고 있는 한반도는 이제 그 기록을 깨야한다. 판문점 선언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이란 세계사적 바람을 이뤄내야 한다. 과거, 약속을 기록처럼 생각해 깨뜨리면서 한반도에선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기록은 깨고 약속은 잘 이행하자.

약속은 상호간에(북한 말로는 호상간)신뢰가 있어야 한다. 양쪽이 지킬 때 약속이 성립한다.  약속은 두루뭉술하면 안 된다. 법적 계약서는 꼼꼼하고 디테일이 중요하다. 한반도 한민족 운명을 정할 남북간 계약서는 정말로 치밀하게 준비돼야하고, '보여주기 식으로 오버하는'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연애 중에 '별 따다 줄게'는 지켜지지 않아도 서로 양해하는 '약속'이지만,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도발을 하는 건 '비열한 전쟁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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