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돌이켜 보면, 역대 정부 출범 후 초기엔, 대통령이 국정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고 정부가 소관 행정을 자율적  책임 하에 일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 하였다. 지난 해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일상적 국정 운영은 내각이 담당하도록 하는 '책임총리제'를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병폐로 지목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은  분산 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청와대가 정부 각 부처의 현안에 대해 직접 대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테면, 개헌안 발의, 일자리 문제와 최저임금 등 국정의 비중이 큰 어젠다(議題)를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운영 방식을 잘 아는 참모들이 개혁적 차원에서 정책 추진의 신속성과 효율성 도모를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만기친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 있다. 세간에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의 주도권을 쥐면서 '만기친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이란, 한마디로 '임금이 온갖 정사(政事)를 살피고 챙긴다.'는 뜻으로, 오늘 날에는 '대통령과 그 참모진이 앞장서서 국정을 이끌고 챙기는 통치스타일' 을 말한다.

사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리더십도 대통령이 실무적 사안까지 꼼꼼하게 지시를 내리고 챙기는 그런 국정 운영 스타일이었다. 혹여 청와대 비서들이 정부의 부처를 뛰어 넘어 주요 현안을 직접 관장 한다면, 이는 참모로서의 역할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 생활과 직결된 각종 행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능률적으로 펼쳐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모름지기 새 정부가 성공하려면 만기친람식 통치에서 벗어나 국정 수행의 중추기관인 행정부가 그 권능과 역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비대해진 청와대의 조직 기능과 권력을 대폭 슬림화(化)하고 국무총리와 장관 등 내각에 실질적 권한을 위임해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 무릇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 모두는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하는 인사들이지만, 그 역할은 각기 다른 것이다.

그러면 청와대 비서 조직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정확히 인식하여,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올바른 정치적·정책적 판단을 돕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부처의 관계 장관과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호 의견이 수렴·조율되어 바람직한 정책 방향과 추진 방식이 도출 될 수 있는 것이다. 모쪼록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은 대통령의 참모조직으로서, 대통령과 내각의 징검다리가 되고, 복잡다기한 나라 살림은 국정의 각 분야별로 체계화·조직화하여 시스템으로 나라를 이끌어 나가길 간절히 제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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