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몇 년 전에 어느 종편TV에서 "집밥의 여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전파를 타고 안방으로 배달되었다. 유명연예인 등이 자신의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집에 있는 식자재를 가지고 밥을 해서 함께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이 예능으로서 인기리에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중파 3사들도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속속 제작하여 방송하기 시작했는데 "냉장고를 부탁해", "삼시세끼", "사대천왕" 등이 방영되었고 현재까지도 "윤식당", "강식당", "한끼줍쇼", "맛있는 녀석들" 등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가는 곳곳 마다 한식뷔페집이 늘어났고 불과 4~5년 전에 우리가 한번 가서 외식을 하고 나면 SNS를 통해 자랑하고 싶어 했던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이미 서울지역에서만 40% 이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또한 셰프라는 직업이 마치 최고의 직업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대학생, 군인, 공무원 등 누구나 요리를 한번쯤 배워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연출해 가고 있다.

 이렇게 불어 닥친 집밥 열풍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뿐만 아니라 쇼핑, 문화 등에도 적지 않은 작용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노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회적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편밥시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 바쁜 직장인들과 1인 가구들은 밥을 집에서 직접 해 먹는 것보다는 간편하게 만들어진 제품들을 구매해서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이 시간이나 경제적으로도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면서 간편식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이 현상들로 인해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매출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반면 편의점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등 유통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신세계 그룹은 미국의 아마존을 벤치마킹하여 매장판매보다는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마련하고 지난 1월 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와 비알브이에서 1조원의 투자유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대기업들도 사회적인 현상에 맞추어 경영에 변모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편밥 전성시대의 지속은 우리농업에 어떤 영향이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를 고민해 봐야한다. 간편한 먹거리에 열광하는 사회적 열풍은 우리사회의 구조상 계속해서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우리농업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우선 식품산업이 농업에 속해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농업에서의 가공 산업을 강화해야 하는데 1차 가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시기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주요 특산물 산지별로 농업인들이 직접 좋은 식자재를 이용해 최고의 가공식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은 물론 자금과 자본을 지원하는 정책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개방화의 파고로 어려움에 처한 농업현장에 이런 사회적인 이슈는 분명 새로운 계기이므로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농업을 실행하는 농업인이 하나가 되어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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