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인간의 욕심 중에는 오욕심(五慾心)이 있다. 재(財), 색(色), 식(食), 명(名), 수(睡)에 대한 욕심을 가리켜 오욕이라 한다. 즉, 재물, 이성의 사랑, 식사, 명예, 편안함에 대한 집착을 말한다. 인간은 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죽음이 닥쳐오고 있는 것도 까맣게 잊고 오욕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의 한 평생을 불교 경(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벌판을 걷고 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무서운 코끼리가 달려왔다. 그는 코끼리를 피하기 위해 웅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그 웅덩이 속으로 내려가니 칡넝쿨이 밑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그 칡넝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밑바닥에는 무서운 독사와 뱀이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다시 올라가려하니 위에는 무서운 코끼리가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꼼짝없이 칡넝쿨에 매달리는 신세가 됐다.

 얼마 후 그가 매달려 있는 칡넝쿨을 하얀 쥐 한 마리와 검은 쥐 한 마리가 갉아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벌 다섯 마리가 날아와 꿀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주는 게 아닌가! 그는 위급함 속에서도 꿀 한 방울에 재미를 붙여 더 많은 꿀을 받아먹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

 이 이야기는 한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인생을 비유한 것이다. 그 남자가 바로 우리 인간이요 코끼리는 무상하게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말하며 웅덩이는 우리의 몸을 뜻하고 독사는 죽음을 의미한다. 칡넝쿨은 50~60년의 생명의 한계를 말함이다. 칡넝쿨을 갉아먹는 두 마리의 쥐들은 밤과 낮을 의미한다. 뱀들은 사는 동안 겪게 되는 병고 액난을 뜻한다. 꿀벌 다섯 마리는 인간의 오욕심을 말한다.

 이 이야기에서 나타내는 것처럼 우리 인간은 결과적으로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원하던 원치 않던 우리는 그 길을 향해 가고 있고 그것이 바로 현실의 업인 것이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코끼리와 독사를 떠나서 완전한 자유인이 되는 길이 바로 깨달음의 길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교를 믿고 또한 자신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부터 큰 인물과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전생부터 복과 지혜를 수없이 닦아 온 공덕의 성취라는 뜻이다. 공덕을 쌓은 자들은 무슨 일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모두가 척척 이루어진다. 이것은 전생에 많은 수행을 한 공덕인 것이다. 모래를 모아 탑을 만들고 사력을 다하는 기도 정진은 힘과 용기를 주며 전생과 금생의 업장마저 녹아내리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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