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아스토르가 필리핀 다람시 시장

[필립 아스토르가 필리핀 다람시 시장]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괴산에서 열린 아시아유기농지도자교육에 참가했던 필리핀 사마르주 다람시 시장인 '필립 아스토르가'입니다. 지금 현업으로 돌아와 괴산에서 배운 유기농업 관련 지식을 다람시에 접목시키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편지로 인사를 전하는 것은 괴산군이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에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의 멘토는 일찍이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어린 우리 형제를 굳건히 지켜주신 전(前) 다람시 시장인 어머니이십니다. 저는 치의학을 공부한 27살의 꿈 많은 청년으로, 마닐라에 치과병원을 개원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습니다. 이런 제가 겁 없이 인구 4만의 다람시 시장에 출마하게 된 것은 바로 멘토이신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 때문이었습니다.

 의사였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안에 있는 작은 다람시의 가난한 어부와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농민들과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자 시장에 출마해 3선 시장에 성공한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배고픔보다 더한 만연한 질병에 시달리는 다람시민들의 고통의 원인을 찾기 시작하셨습니다.

 섬 안에 구성된 작은 농토에서 자급자족하다보니 수확량을 늘려야 하고 그로 인해 해마다 농약과 비료의 양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다람시의 땅만 죽이는 게 아니라 개천을 타고 바다로 흘러들어 바다까지 황폐화시켰습니다. 의사였던 어머니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땅을 살리고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신 겁니다. 어머니의 이러한 노력 때문에 저도 꿈을 접고 시장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 이곳 괴산으로 유기농업을 배우러 오게 됐습니다.

 유기농업! 저는 신체를 치료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으로 땅 또는 바다를 살리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고아(ALGOA·아시아지방정부유기농협의회) 의장국인 괴산군이 각각의 소명을 가진 청년들에게 유기농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에 대해 매우 감사를 드립니다.

 괴산군이 마련한 '2018년 아시아 유기농지도자 교육'은 12개국 29명에게 지식만 전수한 것이 아닌 12개국 수십만 명의 눈을 뜨게 한 것입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유기농업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왜 우리 인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진 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절실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는 다람시의 시장으로서 모든 농정에 유기농업을 최우선으로 배치하고 아낌없는 지원할 것을 4만 괴산군민에게 약속드립니다. 앞으로 괴산군과 다람시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