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교외를 산책하다보면 들판의 무성한 잡초들이 눈길을 끈다. 비료를 주고 정성을 들여도 곡식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데 밭고랑 사이의 잡초들은 뽑아도 끈질기게 또 자라고 그 생명력은 조그만 어려움에도 삶을 포기하는 나약한 인간들에게 교훈을 준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고(生), 늙고(老), 병들고(病), 죽는 것(死)은 삶의 근원적 고통인 사고(四苦)로, 원하는데도 얻지 못해서 생기는 고통(求不得苦), 미워하고 증오하면서도 만나야하는 고통(怨憎會苦), 오온(吳蘊)이 불같이 일어나는데서 생기는 고통(五陰盛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하는 고통(愛別離苦)이 더해져 八苦라고 한다.

 '삶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교향악이요, 행과 불행이 교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노라면 우리에겐 너무도 많은 고통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거나 헤어져야하는 고통, 원망하거나 증오하면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고통, 갖고자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고통은 우리를 고해(苦海)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사랑도 미움도 고통의 원인이요, 지나친 욕심(過慾)은 더 큰 고통을 가져온다.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은 "청춘"이란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느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고, 화엄경에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짓는다(一切唯心造)"고 했다. 최근 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신문기사를 보며 육체적인 건강에 못지않게 정신건강이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밀턴은 '마음속에 천국도 있고 지옥도 있다'고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진데 인간관계에서 때로는 기쁨도, 고통도 함께 하며 생활한다. 불교에서는 인연 따라 처신함을 수연(隨緣)이라 하고, 유교에서는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을 소위(素位)라 하여 이 두 가지는 험난한 세상 바다를 건너는 부낭(浮囊)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많은 만남의 인연 속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로 수연(隨緣)하고 수분지족(守分知足)하며 소위(素位)로 아름답고 보람된 나날이 되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마음 맞는 벗들과 한잔 술 들며 파안대소해보자. 삶의 윤활유가 되리라.

 괴테도 '희망이 있는 곳에 행복의 싹이 움트고', '행복은 바로 네 곁에 있다'고 했다. 운문선사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했다. 이제 생활 속에서 평상심(平常心)을 갖고 보람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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