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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갑을관계에 대한 인식과 구별정세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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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3  1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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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윤 변호사] 지난 2014년 대한항공 회장의 큰 딸인 조현아 부사장이 기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중이던 여객기를 돌려세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은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대표적인 갑질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은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이 든 컵을 집어 던진 '물컵 사건', 아내인 일우재단 이사장 이명희의 공사장 직원들에 대한 '폭언·폭행 사건', '특산물 대령 사건'까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또다시 국민들의 공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청원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대한'이라는 명칭을 못 쓰게 하라, 공무 수행 시 대한항공 이용을 못하게 하라, 심지어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는 등 대한항공과 오너 일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고, 법조계에서는 상표법까지 거론해가면서까지 '대한'이라는 로고를 박탈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와 같은 사건에 있어 갑질의 의미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갑을관계를 주종관계나 상하관계로 인식하여 갑의 을에 대한 횡포, 강요, 권리·권한남용 등 사회적으로 비판받아야만 하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갑을관계는 갑질과 그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갑을관계 그 자체는 사회·경제적으로 당연히 존재하는 관계이고, 자유민주주의원리나 자본주의경제질서 및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는 한 갑을관계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으며, 사회가 건전하고 역동적으로 순환하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필연적 도구관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갑을관계는 법령에서, 계약상으로 또는 직장이나 단체내의 규칙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우리는 이러한 무수히 많은 갑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갑질은 정해진 정당한 갑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계약관계나 규칙이나 규정에도 없는 권한을 행사하고, 을은 이를 거부하거나 문제 삼으면 더 큰 화나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이를 참고 따를 수밖에는 없는 것을 뜻한다. 반면 법률이나 계약서 또는 규정에 있는 갑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갑권'인 것이고, 이에 맞서는 '을권'이 존재하는 관계, 즉 이러한 갑을관계는 부정할 대상이 전혀 아니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법령 역시 갑을관계를 전제로 '갑권'과 '을권'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입법된 특별법인 것이지, 결코 갑을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벌어진 갑질 논란 사건을 계기로 천민자본주의의 비판과 반성, 관련자들의 처벌은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갑을관계 그 자체를 부정하고 모든 관계를 수평적·대등적 관계로 수정해야 나가야 한다거나, 갑을관계에 기초한 계약관계, 규칙, 법령을 부정하는 취지의 언론 및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능력이 각기 다른 개인 또는 그 개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로 이뤄져 있다. 개성과 능력이 각기 다른 당사자들이 수평적·대등적 관계로 계약을 맺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인 일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만인이 평등한 공산주의 또는 이상주의 국가가 아닌 한, 갑질과 갑을관계는 엄연히 구별·인식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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