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미북 정상회담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이미 날짜가 잡히고 그것도 불과 20일을 남겨둔 정상회담이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조차 확실치 않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근본 원인을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북한이 진심으로 비핵화할 뜻이 없기 때문으로 비쳐진다.

원래 미북정상회담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워싱턴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만나 김정은의 회담제안과 메시지를 전달,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락함으로써 성사된 것이다. 트럼프는 정 실장에게 직접 미북정상회담 수락사실과 함께 김정은의 제안 내용, 즉 북한의 핵 포기 의사도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하게 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CIA 국장이 비밀리에 2번이나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을 만나 미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와 합의안 도출을 조율했고, 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하느니 제3국에서 하느니 설왕설래 할 때만 해도 회담 개최는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가 표출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북한의 관영매체 조선신보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피에 주린 흡혈귀’, ‘흉측한 인간 쓰레기’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미북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부터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은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방식이어야 하며, 북핵을 해체해 미국으로 반출하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역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과 함께 생화학무기, 미사일 폐기까지 언급했다. 볼턴 보좌관은 김계관 발언 다음날 즉각 이를 반박하고 CVID는 포기할 수 없는 것임을 재확인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도 미북 정상회담을 놓고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성사 여부가 위태로워 보이는 미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설득에 나섰으나 양 정상이 완전하게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은 신속한 PVID(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단계를 최소화한 일괄적 비핵화로 요약된다. 북한이 비핵화를 성실히 이행하면 파격적 경제 지원을 하고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등 원하는 것을 해주겠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북정상회담도 없고, 국사적 옵션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위해 미북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양상인데, 트럼프는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정상회담 도중에 벌어진 기자회견 중에도 “문 대통령의 답변은 통역할 필요가 없다”고 해 외교 결례 논란까지 빚어졌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공운 북으로 넘어갔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하고 동족간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 시간을 끌고 꼼수를 부릴 이유가 어디 있는가. 미국도 20년 이상 속았다며 더 이상은 속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가. 북은 더 이상의 비핵화 쇼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도 정상회담에 대해 가부간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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