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경수
충북도립대학 교수

한나라당 당적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정부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지사로서 도정 운영에만 충실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국정에까지 참견하는 꼴불견을 보였다. 아마도 그 망발 속에 품은 생각은 한나라당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다. 지사는 양에 안차서 이렇게 국정까지 챙기는 오지랖이 넓은 차기 한나라당 대권 주자임을 은근히 내세우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김문수 지사의 망발이 어떻게 하면 지난 정권의 산물인 세종시를 무산시킬까 노심초사하던한나라당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세종시 폄하 분위기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사이에 확산되었다. 세종시의 법적지위에 관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망언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세종시를 특별시는 맞지 않고 충남도 산하의 특례시가 맞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세종시를 망국의 지름길이라 주장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생태도시나 기업도시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행정부처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글로벌 교육 기능을 갖춘 녹색 지식 메카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세종시를 무산시키거나 축소하려는 의도를 봇물 터지듯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충청도민들은 한나라당이 보여준 배신과 기만에 분노의 용광로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정권의 선거공약으로 추진하려던 신행정수도건설에 대해 한나라당은 헌법소원을 통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신행정수도라는 호랑이를 그리려했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되었다. 그래도 충청도민들은 지난 대선 때 고양이라도 명품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이젠 고양이에서 생쥐새끼로 품종을 바꾸겠다니 이는 충청도민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충청권 3개 시?도지사와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모든 충청도민들이 대동단결하여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하려는 세종시 무산내지는 폄하, 축소 계획을 저지해야 한다. 충청인의 힘을 모아 후세에 빛날 업적을 반드시 지켜내고,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앞당기는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 이젠 더 이상 충청도민을 핫바지 취급하고 홀대하는 망언에 대해 충청도민들이 대동단결하여 본때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향후 충청권이 홀대받지 않고 늘 변방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충청권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치적 이념을 세우고 다시 헤쳐 모여야 한다. 충청권 정치인들은 지역을 사랑하는 충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집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이 필요하다. 그리고 충청권 발전을 견인할 인재의 탄생에 우리 모두가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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