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득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는 6월 16일로 예정됐던 미북정상회담 취소 통보를 했다. 결정적인 취소 사유는 최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 부상 등이 잇따라 미국을 비난한 강성발언 때문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공개한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당신은 핵능력을 말하고 있으나, 우리(미국)는 거대하고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신께 이를 사용하게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군사적 수단 동원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계관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심하게 된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최선희는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에서 언급한 ‘리비아 모델’ 언급 등을 거론하며 펜스 부통령에 대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는 한편,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는 최선희의 펜스 부통령 비난과 미국 공격 협박이 나온지 10여시간 만에 발표된 것을 주목하고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또v한 북한에 인질로 억류됐던 미국인들을 석방해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도 했으며, 김정은에게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전화나 편지하라”며 재협상의 여지도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취소 통보가 나오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NSC 개최 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 수도 미룰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라며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가기를 기대한다”며 미북 정상 간 봉합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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