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절친한 지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동안 표밭을 일구느라 보기 어렵던 친구 얼굴을 보려고 선거사무실에 들렀다. 가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환담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국회의원처럼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운 분도 있고, 지역사회 봉사자들, 직접 오기 어려운 분의 배우자 등 굉장히 다양했다.

 최소 이 시기만큼은 계층의 차별 없이 누구나 한 표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대상으로 존중받고, 쉽게 만나기 어려운 분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지난 선거에 당선된 후 활동하다가 다시 도전하는 경우에는 그 전에 아무리 애를 써도 의견을 전달할 기회가 없었는데, 그날은 내 두서없는 이야기를 경청할 시간을 내주는 것을 보고, '야! 이게 민주주의이구나.' 싶었다. 선거를 치르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일 년 내내 선거사무실이 있고 거기에서 이런 소통의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로 있다 보니, 예비교사교육에 관심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교육이 30년 전과 거의 같다는 것이다. 여전히 지식 교육에 매달려 있는데, 그래야 교사임용고사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재 교육을 위해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의 새로운 교육 정책을 내놓지만, 이를 실현할 교사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요즘은 유치원생도 놀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는 놀이를 연구해서 가르치는 교사 연구회가 있다고 할 지경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요즘 젊은 교사들도 놀 줄을 모르고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해서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 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1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잘 노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핀란드 유치원에서는 놀이중심의 배움을 강조한다. 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친구를 배려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 특히 바깥놀이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스스로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아무리 놀라고 해도 혼자 핸드폰만 보아서 함께 노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니 그게 더 놀랍다. 아마 바깥놀이를 하다가 약간의 상처만 나도 학부모의 항의가 무서워 교사들도 교실 안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놀면 공부를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나는 그날 선거 사무실에서 두서없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나중에 정책에 진짜 반영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정책을 할 분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 해도 속이 후련했다.

 지인이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고생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지, 나는 정치를 하는 걸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친구야, 열심히 해서 꼭 당선되고 그 다음에 열심히 하는 네 모습으로부터 우리나라의 희망을 찾아볼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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