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무술년 새해 시무식을 위해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설레는 새해임에도 불구하고 슬픈 마음을 억누르며 시무식을 기다리는데 야속한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 너머로 "고모, 빨리 오셔야 될 것 같아요" 다급한 올케의 목소리가 들린다. 각오는 했지만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여섯 해 동안 암 투병을 했던 동생이 하늘나라로 갔단다. 서둘러 출발한 차창 밖으로 넘실대는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도, 멋진 풍경도 전혀 감흥이 없다.

 살아생전 깊은 신앙심으로 견뎌왔던 동생이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함께 했던 교회 식구들의 위로와 격려가 가족 모두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 동생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고인이 참 열심히 살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다. 처음 보는 그들에게서 들은 동생의 삶을 마음속 깊이 차곡차곡 담았다. 발인예배를 드리는 날 마지막 동생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그동안 멀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와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동생의 마지막 쉼터인 봉안 당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라고 큰소리쳤다. 행운을 의미 하는 쌍무지개를 바라보며 필자는 동생의 천국행을 확신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엄마를 보내고 허전해 할 조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고 쓰렸다. 간호사로 근무하는 큰 조카딸은 엄마에게 많은 편안함과 위안을 주었었고, 막내 조카는 군대를 제대하고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휴학까지 했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데 복학마저 미루고 간병을 한 조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동생이 먼 길 뜬지 벌써 다섯 달이 지났다. 조카들은 틈틈이 시간을 내어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평생 교직에 있던 동생은 공무원연금수급자다. 연금수급자가 사망을 하면 유족연금을 받게 되는데 친정엄마에게도 일정 지분이 있단다. 제부와 조카들은 흔쾌히 필자의 엄마에게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동안 아픈 자식 때문에 애끓었던 심정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일 테지만 감사하고 또 고마운 일이다.

 지금 엄마는 다달이 동생의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딸을 먼저 보낸 엄마의 슬픔이야 말로 다 못하겠지만, 딸이 천국에서 보내주는 용돈이라 생각하시라고 했다. 아마 천국에 간 동생도 평소 멀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엄마 생전에 용돈을 드릴 수 있어서 무척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엄마가 천국에 가시면 "네가 천국에서 보내준 용돈 아주 잘 쓰고 왔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동생이 있는 오월 하늘이 눈물 나도록 곱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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