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지난 22일은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봉축표어도 무척 참신하고 뜻깊다. '우리도 부처님같이'와 함께 올해는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가 사용된다.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파사현정(破邪顯正·잘못된 견해에 사로잡힌 것을 타파하고 옳은 진리를 나타내는 것)의 지혜와 자비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라고 한다. 해마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표어를 선정해 활용하고 있어 더욱 새롭고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 바로 지혜와 자비이다. 지혜 없는 자비는 위선과 자기만족에 그칠 수 있고, 자비 없는 지혜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지혜와 자비를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지금의 내 삶은 물론이고 행복한 통일한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표어에 무척 공감이 간다.

 그날,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사찰로 갔다. 며칠간 행사 준비를 돕는다고 다니는 열정이 놀랍다. 때로는 몸이 불편할 때도 흔쾌히 찾아가는 정성을 보면 필자보다 훨씬 강인하다. 우리 한국인은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 요즘 진행되는 2018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보아도 그렇다.

 필자도 그 산사(山寺)에 가서 대웅전에 들어가 경건한 마음으로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삼배한 후, 주지스님의 봉축 법문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았다. 잘못된 타성과 아집을 떨치며 하심(下心)과 공경심을 일깨우며……. 난생처음 먹어보는 듯한 연잎밥으로 점심 공양을 하며, 사찰 음식이 칭송받는 까닭도 알 것 같았다.

 텔레비전으로 서울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을 볼 수 있어 기뻤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총무원장 설정 스님, 신도 등 1만여 명이 참가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진제, 설정스님 봉축메시지와 특히,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남북공동 발원문 발표도 있어 뜻깊고 기뻤다. 진제 스님은 "진리의 세계에 나와 남이 따로 없으며, 남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설정 스님은 "평화를 위해 진보, 보수, 계층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자."는 자비와 평화를 기원하는 봉축메시지에 감동하였다. 온 국민이 이 메시지처럼만 한다면, 남북과 북미정상회담도 성공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세상을 좀 더 갈등 없이 행복하고 아름답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표어와 전에 감명 깊게 읽은 청담 스님의 말씀을 되새겨 보고 다짐한 부처님 오신 날이다. 사람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마음속 집착 때문이다. 이 집착은 내면에 든 진실들을 보지 못하게 하여 분별력을 잃게 만든다. 또한 연속적인 번민과 사소한 생각으로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처님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항상 세상을 긍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눈을 밝게 하여 정견(正見)을 얻는 비결이다. '우리의 육신은 자동차와 같고, 마음은 운전기사와 같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