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지난 5월 한 달은 가정에 관한 각종 행사가 이어져 분주한 가운데 훌쩍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까닭은 만물이 소생하여 녹음이 짙어가는 좋은 계절을 만나 인간의 기본 단위구성인 가정을 소중히 여겨 전체 사회가 건전하고 행복하게 발전하고자 함일 것이다.

 가정의 달 이런저런 행사 중 '부부의 날'은 건전한 가족문화를 정착하고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매년 5월 21일을 지정하여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부부의 날이 이 날(21일)인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인데, '95년 민간단체인 부부의날 위원회가 관련행사를 개최해 오다가 2001년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후, 2007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부부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1930년대초 미국 허버트 하인리히는 보험회사의 여러 산업재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1대 29대 300]의 법칙을 발견했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게 마련이고, 그 주변에서는 또다시 300번의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한 공동체와 조직이 멸망할 때도 하루아침에 어떤 한 가지 이유로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이유들이 하나둘씩 징조를 보이면서 무너져 간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 몸의 질병도 이와 같은 원리에 적용되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즉, 치명적인 질병에 노출되기 전까지 수많은 '전조증상'들이 있는데, 이와 같은 우리 몸의 자동경고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큰 질병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 발생하는 전조 증상들은 대부분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일의 중요도에 밀려서 집중하는 강도에 밀려서 몸에서 불통이 되는 초기 신호를 지나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뇌에서는 몸의 고통 신호를 주고받지 못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몸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자 전과 같은 신호를 보내면 알아차리지 못하니 조금 더 강한 신호를 보내준다. 통증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증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겠지만, 이미 늦은 경우도 있고, 또 단번의 만병통치의 시원한 방법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암 발생 인구의 3분의 1은 예방할 수 있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하면 완치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부 둘이 건강하게 살다가 동시에 갈 수는 없겠지만, 솔직하게 자신과 상대방의 경미한 이상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걱정할 때, 대형사고를 피하게 되는 첩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국속담에 '병을 숨기는 자에게는 약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가정마다 마주앉아 가정의 달이 주는 의미를 feedback해보며 건강한 가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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