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지난 2일 충남 보령시에서 한 시민이 교차로 충돌 사고 후 굴러가던 승합차 안으로 몸을 던져 차를 멈춰 세웠다. 사고차량의 운전자는 당시 정신을 잃은 상태여서,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보다 앞서 인천과 경남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자신의 차량으로 멈춰 세워 대형 교통사고를 막은 시민들이 있었다. 우리는 이들을 '의인'이라고 부른다.

 의인의 배려와 희생은 사회나 국가를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2003년 서울 회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여성이 한 남성에게 밀려 철도에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 여성의 남편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외로운 법정공방 끝에 "안전선·진입경보·안내방송만으로 승강장 혼잡이나 제삼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에는 부족하다"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그 결과 전국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의인'은 사전적으로 '의롭고 바른 일을 하는 선량한 사람'을 의미한다. 자신이 잘못되거나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인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상황에서, 흔쾌히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타인을 돕다가 결과가 잘못되거나 자신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특별한 위험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응급사항이나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하지 않고 외면한 사람을 처벌하는 국가들이 있다.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일반인의 적극적인 구조활동 참여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이나 계약에 의해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유기치사상죄로 처벌하거나 선행행위 및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 있는 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부작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구조외면을 처벌하는 직접적인 규정은 없다.

 타인을 도운 행동이 자기 희생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므로, 돕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법률보다는 타인을 도왔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면책하거나 결과가 좋은 경우 보상하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고의 사고로 큰 사고를 막은 의인을 처벌하지 않고, 기업이 신차를 보상한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자발적인 보상에 맡기기보다는 국가가 법률로써 구체적으로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이로써 국가는 헌법 제10조 후문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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