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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와 태아는 신과 다를 바 없다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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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7  13: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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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5월 말 석가탄신일.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등산도 할 겸 근처 산에 있는 사찰을 방문했다. 정상에 오르는 동안 가파른 숨으로 육체적인 해탈을 해서일까.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사찰벽면이 눈에 띄었다. 그림의 제목은 십우도(十牛圖). 한 수행자가 참선을 통해서 본성을 깨닫는 과정을 소에 비유한 그림이다. 모바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꼭 그림으로 음미하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견인견지(見仁見智)라고 했던가. 기존의 작의(作意)와 다르게 어쩔 수 없이 이 그림이 보며 산모와 태아가 생각났다. 우연하게도 임신여부를 검사하러 오는 산모들 중에도 소에 관한 태몽을 꾸고 오기도 하며, 고대에는 소가 다산성을 상징하는 생명력이 있는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 첫 번째 그림은 심우(尋牛)이다. 그림에서는 한 동자가 소를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고 있다. 마치 우리가 그냥 세상을 살다 어느 순간 아이를 가지기 위해 결심하고 노력했던 첫 순간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그림인 견적(見跡)과 견우(見牛), 득우(得牛)는 소 발자국을 발견해 소를 잡는 것까지의 그림이다. 마치 인간의 가장 작은 세포인 정자와 가장 큰 세포인 난자가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이 생각났다. 그 다음 그림인 목우(牧牛)와 기우귀가(騎牛歸家), 망우존인(忘牛存人)은 소의 털이 흰색으로 바뀌고 같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는데, 한 세포였던 '소'가 서서히 태아로 성장하며 자신의 어미와 하나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 그림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눈을 의심했고,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생각했던 나의 해석이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특히 여덟 번째 그림인 인우구망(人牛俱忘)은 이 시리즈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그림에는 붓글씨로 원 하나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을 뿐인데, 마치 근본으로 돌아가 세상의 처음시작을 만들어내는 태아와 산모가 생각났다. 가장 고귀하고, 순수하고, 숭고하고..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모든 여정을 마치니 반본환원(返本還源)에서처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만이 남아있을 뿐. 그리고 그 아이는 커서 입전수수(入廛垂手)에서처럼 이러한 진리를 가지고 세상에 나아간다.

 필자는 무교이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고나니 산모와 태아 하나하나가 모두 부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이 자신을 발견해 자연의 근본을 보고, 태아로부터의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 내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과정이니 신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또한 이러한 과정을 돕고 있는 나라는 의사도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생각하니 하산(下山)의 길이 마치 깨달음을 마친 수행자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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