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의 하나는 후회라고 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자신을 더 사랑하고 싶다거나, 무의미한 시간을 줄이고 더 열심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는 얼굴에 미소를 지을지라도 가슴 한 쪽이 공허해지고 슬픈 생각으로 상처를 받는다. 아울러 일상적으로 자주 느끼는 감정에서 조차도 때로는 마음이 허전해진다.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보다 상처받은 기억들이 오래 남는 것이 삶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다수가 선택하는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것이 자신의 상황에 딱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잘 풀리는데 자신은 왜 이럴까하며 불편한 감정을 갖기도 한다. 남이 늙는 모습은 잘 보이는데 자신이 늙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지난 상처의 흔적을 가슴에 담은 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세 살배기 손자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서 지자체가 주관하는 프리마켓 행사에 다녀왔다. 손자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참여한 장터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체험학습의 일환이다. 시골장터 분위기 속에 현수막으로 잘 정돈되고 상점들의 구성이 다양하여 한참 동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공원 한가운데 설치된 무대에서 통기타 가수들이 펼치는 공연을 보면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손뼉치고 춤을 추며 흥겨워하는 아이의 얼굴에서 어릴 적 풋풋하게 뛰어놀던 장면이 떠올랐다. 성공적인 결과는 정교한 계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한 조각에서 변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아이의 모습을 통하여 깨닫는다.

필자는 요즘 자주 아내로부터 생각하지도 못한 잔소리와 충고를 듣는 경우가 많다. 주로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소한 일이지만 때로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듦에 따라 세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평소 습관적인 언어나 행동으로 인해 밖에 나가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고정관념이나 경험에 매몰되어 섣부르게 말하고 판단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나름대로 세상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어쩌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뒤돌아볼 일이다.

인생은 성공이나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통하여 성장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똑 같은 기회는 아니지만 다른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온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듯이 오늘의 실패가 결코 내일의 실패는 아니다. 변화의 원천은 바로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다. 얼굴은 바꿀 수 없지만 표정은 바꿀 수 있고, 남의 생각은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의 생각은 바꿀 수 있다. 기존 방식대로 대응해서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찾아오는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가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자기 변화의 중심에 스스로 빠져드는 수밖에 없다.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처절한 가난, 허약한 체력, 부족한 배움이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말하였다. 가난하였기 때문에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였고, 건강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매일 아침운동으로 체력을 단련시켰으며, 배움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갈증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였다고 한다. 변화를 통하여 부족함을 채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을 최고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성공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 소중한 인연을 맺은 사람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인생의 과정마다 힘이 되어주고 변화의 길로 이끌어준 다사로운 인연들과 오래된 낡은 찻집에 마주앉아 차향 가득한 작은 찻잔을 기울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똑같은 양날의 검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어진다. 이제 사고의 나태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변화에 대한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