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새로운 것들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을 가져온다. 그 설렘 속에는 신선함이 내재되어 흥분감과 동시에 기대감이 유발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또 익숙해져가고, 그렇게 익숙해져감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향해, 우리는 또 다시 시선을 돌린다.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라고 한다면 옅은 생각 이라고 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모든 일들은 그 자체가 결국은 살아가는 일일 것이다.


요즘 거리를 나서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모델 같이 멋진 모습들을 하고 있다. 마치 쇼윈도의 마네킹들이 거리 소풍을 나온 듯하다. 그런 풍경 속에서 유난히 친절 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분들이 많다. 6,13 지방선거 때문이다. 그래도 선거풍경이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진 모습들이지만 누구든지 제 서있는 자리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한다면 그 어떤 문제도 없으리라. 하지만 최선을 다 한다는 일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성이 문제인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은 것들이 투명해지고 밝아지긴 했지만, 삶에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여전히 상대를 비방하거나 헐뜯는 일들을 하고 있다.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있어 좀 더 깔끔할 수는 없을까! 현란한 우리들의 세상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유월의 햇살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본다. 시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더욱 어지럽다.

필자의 業(업)도 경쟁의 구도 속에 있다 보니 상대 쪽에서 종종 억울한 소리를 하고 다녀서 심장에서 용암이 치솟을 때가 많다.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가끔 호젓한 산길을 찾곤 한다. 인생은 게임의 연속인가! 같이 마주서서 상대보다 목소리를 조금씩 키워가며 하는 키 재기를 계속 하는 것이 삶의 본질인가! 너보다 내가 더 나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인가! 역사를 통해서 보거나 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주위를 돌아보면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결국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주위에 흙탕물을 일으킨다는 것을.

사계절 푸른 정기 서린 소나무가 향기로 호젓한 산길에서 필자를 맞이한다. 새로 돋은 초록의 솔방울들이 신선하다. 그를 보노라니 가슴이 설렌다. 새 생명,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가 차오른다. 유월엔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현충일도 있고, 지방 선거도 있고, 요즘 남북 간에 비핵화문제, 종전문제 등등 새롭고 기대 되는 일들을 품은 유월! 남북 간에 장벽이 허물어지고 허물어진 철로 위를 새롭게 태어난 멋진 철마가 힘차게 달려가는 기적 소리도 유월은 듣고 싶다.

오늘 우리 모두가 서 있는 이 시간, 이 공간을 지켜 준, 호국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이, 그 정신이, 그 사랑이 빛으로 내리는가! 유월의 뜰에 새롭게 돋아 난 어린 싹들이 푸릇푸릇하게 유월의 공간을 가득히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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