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내일이 민선 7기 지방선거인데 말 그대로 깜깜이 선거가 되어 버렸다.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갖가지 이슈가 지방 선거를 삼켜 버려서 선거를 하는지 안 하는지 조차 관심이 없고 또 지역 발전을 위한 선거 이슈도 부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탄핵 이후 무너져버린 보수에 더 나아가 대통령 인기까지 하늘을 찌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진 상황이 됐다.

 그러다보니 저런 사람까지 공천시키나 싶을 정도의 어찌 보면 오만할 수 있는 여당의 모습과 아무 힘도 못 쓰고 선거 로고송이나 부르며 율동하는 무기력한 야당의 모습만이 겹쳐져 보일 뿐이다. 그나마 율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아무튼 선거란 아슬아슬한 맛이 나야하는데 이건 결과가 너무 훤히 보이는 상황이고 내일 그간 말을 안 해온 무언의 샤이 보수들로 인해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다보니 성철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일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배를 줄여라'. 고로 금 번 선거는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말을 줄이고 있는 게 상책일 것 같다.

 오죽하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입 다물고 살자는 말들을 한다. 속내는 여당은 마음에 들지만 공천 받은 후보는 이 사람은 아닌데 싶지만 그렇다고 당이 마음에 안 드는 야권을 찍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입 다물고 조용히 금 번 지방선거가 지나가길 바라만 보자는 것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읽던 글 중에 좋은 글이 있어 소개 좀 하고자 한다. 오랜 옛날 자기의 위엄을 나타내기 좋아하는 왕은 외출할 때마다 돌멩이들 때문에 발이 아프고 속상하다고 신하들에게 "내가 다니는 모든 길에 소가죽을 깔아라." 하고 명령을 내렸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나라 안의 소를 다 잡은들 모든 길에 소가죽을 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지혜자가 왕 앞에 가더니, "왕이시여 온 땅을 쇠가죽으로 덮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폐하의 발을 소가죽으로 잘 싸고 다니면 먼지도 묻지 않을 것이고 상처도 나지 않을 것이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왕은 무릎을 쳤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구두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내일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야권이 과연 얼마나 선전할 수 있느냐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이 가운데 우리가 할 일은 그래도 민초들의 말을 들어 주는 후보자들을 골라야 한다. 내가 다니는 모든 길에 소가죽을 깔으라고 명령하는 사람보다는 자기 발에 맡는 신발을 신고 또 민초들 발에 맞는 정책을 시행하는 그런 후보자가 선출되도록 투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권이 압승이 예상되지만 잘 나갈 때 조심하고, 좋은 선출 결과로 모두가 행복한 민선 7기 지방정부가 탄생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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