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선언' 또는 '센토사 선언'으로 불릴 전망인 6·12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에는 한반도 비핵화, 북한 체제안전보장, 70년 가까이 이어진 북미 적대관계의 개선 등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신뢰가 거의 없이 오래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미 양국 간에 '톱다운(Top down)' 방식(정상회담에서 시작해 하부 회담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논의가 이뤄져 왔고, 한차례 정상회담 취소 소동까지 치렀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 때문인지 회담 전날까지도 북미 양측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핵심사안에 대해선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이 남은 듯하다.

합의문에는 북미 양국이 비핵화 목표를 향해 가면서 서로 주고받을 조치들이 나열될 전망이다. 북핵 신고와 검증,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폐기 등과 함께 대북 불가침 약속,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이 합의문에 명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비핵화 표현은 북한으로선 '완전한', 미국으로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을 요구하는 가운데 어느 수준에서 합의될지 주목된다.

완전한 비핵화는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 약속한 바 있어 그보다는 더 진전된 내용을 받아 내겠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1일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CVID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배수의 진'으로 읽힌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CVID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유지되는, 강력한 체제보장 조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네오콘'(신 보수주의자)들이 주도한 대북 고립·압박책의 상징적 표현이었던 CVID에 북한이 정서적으로 큰 반감을 보이는 상황이어서 양측이 최종 합의문에 CVID를 담는 데 합의하지 못할 경우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수준에서 절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CVID를 합의문에 포함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할 경우 북미관계정상화와 그 초기 단계 조치로서의 연락사무소 설치, 의회 비준을 통한 대북 불가침 공약 법제화, 종전선언 등을 미국이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1일 "CVID에 착수한다면 전례 없는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빅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 CVID의 달성 시기가 미국의 바람대로 '2020년'으로 합의문에 특정될지 또한 중대한 관심사로 보인다. 그것 역시 미국이 제공할 체제안전보장의 강도와 속도와 긴밀히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핵물질·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력의 핵심 요소 중 일부를 수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해외로 반출하는 중대한 초기단계 조치가 합의문에 명기될지도 관심을 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핵동결-신고-검증-폐기의 로드맵으로 비핵화를 시도하다 폐기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좌초했던 과거를 '실패'로 규정하며 최종 핵폐기 단계의 핵심적 조치를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핵무기 전부는 어렵더라도 일부 만이라도 조기에 반출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보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식 해법'의 요체라할 이 구상에 대해 그간 난색을 표해왔다. 핵무기의 일부라도 해외 반출할 경우 자신들의 핵역량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물론 북핵 검증과 관련한 중대 카드를 미측에 미리 보여주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유핵 조기 반출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제제 완화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핵탄두 일부의 조기 반출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독자제재 해제가 상호 교환될지 주목된다.

만약 보유핵 조기 반출을 둘러싼 합의가 불발될 경우 합의문에 담길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의 골자는 영변 핵시설 사찰단 복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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