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무기력하여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는 것이 버겁고, 하물며 욕실에 가서 양치질 하는 것마저 힘들어졌다고 해보자. 또한 불면증으로 잠자다 깨기가 일수이며, 화도 많아지고, 의욕이 사라졌다면, 본인은 죄책감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게으르게 생각하거나 혹은 그 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기력증은 우울증의 초기증상이거나 혹은 동반증상으로 게으른 것이 아니다. IMF이후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현대사회에서는 '마음의 감기'로 알려져, 신체적 질병처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뚜렷한 증상의 우울증과 달리, 무기력증은 당사자나 주변도 인식하지 못한 채 고통을 겪는다. 만성형 무기력증은 심해지거나 더 호전되지도 않고 일정 수준의 증세 그대로 몇 년씩 균일하게 진행된다. 이것 역시 우울증에 해당되는 유형이다.

 최근에는 무기력증이 발병하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과 좌절감을 겪는 20대 및 학업 문제로 시달리는 중고등학생들이 늘면서 증세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아래의 증상이 자녀나 가족들에게 발견된다면, 그들에게 비난을 멈추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꾸 슬퍼진다/스스로 실패자란 생각이 든다/앞날에 대해 비관적이다/일상생활에서 만족하지 못 한다/죄책감을 자주 느낀다/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나 자신이 실망스럽다/다른 사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평소보다 많이 운다/평소보다 화를 더 많이 낸다/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내 모습이 추하게 느껴진다/일할 의욕이 없다/평소처럼 잠을 자지 못 한다/쉽게 피곤해진다/식욕이 떨어진다/몸무게가 줄었다/건강에 자신감이 없다/성생활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이상의 문항에서 항상 그렇다 3점, 자주 그렇다 2점, 가끔 그렇다 1점, 가끔 그렇다 또는 아니다는 0점으로 체크하여, 총점 11점~20점 가벼운 우울상태, 21점~30점은 우울상태로 2개월 이상 지속 시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하며, 31점 이상은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녀나 가족, 이웃이 무기력함을 호소할 때, 절대로 게으르다고 치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며, 심각할 경우 전문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자신이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스스로의 상태를 인식하고,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의 직장이나 일, 학업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결코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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