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하늘이 푸르고 쾌청한 날씨이다. 아침 일찍 귀향길에 올랐다. 오랜만에 찾는 고향이다. 백마령 자락에 있는 선산(先山)이 가까워 온다. 반세기전 6.25전쟁 중에 4남매를 데리고 피난길에 오리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님 유택(幽宅)에 이르니 파란 잔디 위 산새들이 지저귀며 어머님 대신 불효자를 맞는 듯하다.

 고향집에도 들렸다. 금방이라도 어머님이 부르시며 나올 실 듯 하시지만 쓸쓸한 적막 속에 세월의 흐름을 일깨워 준다. 7남매를 키우시느라 영일(寧日)없으시고 자식 걱정에 편할 날 없으시던 어머님께서 어떻게 우리 곁을 떠나셨는지요. 어머님께서는 20년 전에 자식들을 두시고 떠나셔서 외로우셨지만 12년 전에 아버님께서 떠나시어 함께 계시오니 외롭지는 않으시겠지요.

 오늘은 중학교 동창들과 만나는 날이다. 동창들 중에 더러는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들도 있다. 계곡 저수지를 앞에 두고 밀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50년대 전쟁후의 어려움 속에 보낸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9km가 되는 통학길을 눈 나리는 날이면 몇 차례씩 넘어지며 한금령을 넘든 이야기며 꽃피는 봄이면 한금령 위에 누워 진달래 향기에 흠뻑 취한 채 희망찬 내일을 그려보며 보낸 시절, 그 속에서 참을성이 길러지고 어려움을 이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통학하던 시절에 12km나 되는 거리를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먼 거리라서 겨울에는 해질녘이라 뛰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요사이 학생들은 한 구간도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남을 이기는 자는 그 사람보다 다소 힘이 있을 뿐이나(승인자 유력, 勝人者 有力), 자기를 이기는 사람은 참으로 강하고 용감한 사람(自勝者强)"이라고 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마치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조그만 어려움도 참고 견디어 내지 못한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는 밖에 내놓으면 곧 시들어 버린다. 이렇게 나약한 모습으로 정글 법칙 속에 살아가는 세계화의 무한 경쟁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살다보면 어려움과 때로는 떨치기 어려운 유혹에 부딪히게 된다. 이런 황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교도소로 행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유혹을 뿌리 칠 수 있도록 노작교육(勞作敎育)에 힘써야겠다. 그 옛날에는 배가 고파도 참고 견디며 하루에 한 두끼 먹으며 참아왔는데 왜? 무엇이 부족해서 일부 고위층은 수십 억, 수백억을 챙겨 교도소로 향하고 청소년들의 강도, 절도 행각이 늘어만 가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야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