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요즘 어안이 벙벙하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70여 년간 장막에 가려져 있던 북한이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한반도가 세계의 이슈로 등장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의 정상회담을 했고 평생 적대시하면서 지낼 것만 같던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마치면서 온통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따라올 개혁개방과 경제협력이 지구상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의 개방이 확실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문대통령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경제협력 구상을 담은 USB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는데 이 USB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관련한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담겨있다고 한다. 전력과 에너지, 도로, 철도, 농업 등의 남북경협 전반적인 구상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결국 남북경협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영원한 평화로 만들고 북한의 시장화를 통해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북방경제 시대를 만들어가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일본과 협력하여 유럽으로의 육로 수송을 위한 철도와 도로를 개설하여 한반도 번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처럼 70년간 이루지 못했던 일들이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면서 졸지에 바뀐 세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따른 경협의 마중물은 결국 농업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몰이가 그랬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또한 비료와 쌀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분야는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남북경협의 여건이 조성된다면 다른 산업보다 훨씬 더 빠르고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천안함 사태로 발효된 5.24조치로 남북교역이 중단되기 전까지 남북한의 물자거래는 농수산물 위주로 추진되었는데 2009년도 남북교역의 35.7%가 농수산물이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북한의 식량상황이 어려운 실정이고 북한의 농산물 품목별 단위당 생산량도 우리나라에 비하며 형편없이 낮은 상태로 아주 취약한 상태다.

 북한의 산림녹화도 시급하다. 북한산지의 거의 대부분은 민둥산이나 다름없기에 산에 나무를 심는 일도 경협 시작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고 실제로 첫 번째 고위급 회담 시에 산림청 관계관이 참석하여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식량이 년 100만 톤 정도 모자라는 북한은 비료가 모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농기계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관개시설, 농로 등 기반시설의 부족은 말할 것도 없이 어려운 실정이다. 거기에 낙후된 농업기술과 전문 인력의 부족까지 북한의 농업에 대한 우리의 지원은 정말 장대하게 폭 넓은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가적인 농업분야 경협계획은 중앙정부에서 물자지원부터 현지 인력 파견까지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감자 종자의 채종은 고랭지에서 해야 하기에 북한의 고랭지 서늘한 지역을 이용하면 훨씬 더 좋은 감자종자를 생산할 수 있기에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도 검토하여 추진해야 한다. 북한 농업의 실상을 파악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북한의 농업도 발전시키고 우리의 농업도 함께 잘되는 농업경협이 이루어져서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식량전쟁시대를 대비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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