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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날을 살아오면서 길가 어딘가에 앉으면 한없이 편하고 정겨운 곳이 있다면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 어느 날 해가 뜨거워 말없이 그늘을 찾아 앉아 시원함을 찾을 때면 말없이 생각나는 곳이 있다면 이 또한 대부분에 사람들은 의심하리라.

내겐 이런 그림 같은 곳이 충북 괴산에 산골마을 월현이란 곳이다. 이곳은 장자봉의 정기를 받아 흐르는 실개천이 있다. 유독 맑고 깨끗하여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이곳에 몇 칠전 찬치가 있었다. 어린 날을 추억하는 한마당이고 정이 풀풀 넘쳐 실개천 가득 흐르는 날이기도 했다.

인간이 살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삶에 맛을 알아 가면서 어릴 적 그리움과 향수를 찾는 것은 연어의 본능과도 같은 것일 게다.

어릴 적 먹고 사는 게 궁핍하던 시절 우리네 엄마는 아침밥을 짓는다. 보리를 잔득 넣어 솥으로 한 솥 가득 밥을 짓는다. 아침을 먹고 남은 것은 점심이란 건 말하지 않아도 우린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점심엔 남은 밥 모아서 식구들이 빙둘러 앉아 온갖 나물에 야채에 짠지를 넣어 고추장 잔득 쳐서 비빈다. 온 식구가 먹다보면 항상 밥은 부족하게 되어 있다. 늘 언제나 숱 가락을 제일 먼저 내려놓는 분이 있다. 아니 순서가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제일 먼저 엄마, 아부지, 큰형, 둘째… 마지막으로 막내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양푼을 그어댄다.

그랬다. 우리에게 언제나 희생에 꼭대기엔 엄마가 있다. 엄마에 따듯한 정은 나는 짧은 문장 실력으로 표현하기 정말 어렵다.

사람이 살면서 힘들고 위험이 닥치면 나도 모르게 내 뱃는 한마디도 "엄마!" 다.

정말 어렵고 힘들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라도 시원하게 하고 싶은 때 머릿속에 그려진 얼굴도 "엄마" 다.

언제 한번 낮선 곳, 조용한곳, 혼자 만에 공간에서, 조용히 "엄마!"라고 불러 보았을 때 눈시울 뜨거워지지 않은 적 있는가?

어린날에 어마, 아부지, 그리고 형아와 친구의 정을 한껏 느끼고 더 끈끈한 삶을 역어가는 행사였다. 매년 동네를 기반으로 젊은이들 모임이 이루어졌고 농한기인 겨울에 이루어졌는데 올해부터는 겨울이 추우니 여름에 하자 하여 여름에 추진된 것이다. 그 모임에서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들을 모시고 여름나기 행사인 철렵을 통한 어른과 젊은이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작지만 너무도 뜻 깊은 행사였다.

늘 객지에서 맘만이 엄마 아부지를 그리고 찾으면 정작 한번 뵙기가 힘든 요즘 이렇게 잔치를 하고 나니 한해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다.

요사이 독거노인과 싱글족이 늘면서 불상사가 늘어나고 들어보면 가슴 아픈 일들이 많다. 시골에 어른신들도 만찬가지로 홀로 계시는 분들이 참 많다.

어느 cf에 보니 이 나라 과학자와 정치인 그리고 우리를 키워주신 분이 시골 촌부라고 예찬하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이젠 시골에 계시는 내 부모, 우리 부모님에게 한번 더 전화하고, 한번 더 찾아뵙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젠 자주 시골에 계시는 내 부모에게 눈을 돌리고 그분들에게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을 가질 때 같아 이 글을 써본다.

"손자병법"에 보면 순망치한(脣亡齒寒) 란 말이 있다. 우리의 입술인 부모님이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인 것은 다 알 것이다. 부모가 없다면 우리는 늘 시린 이를 부여잡고 슬퍼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서로의 이웃에게 이와 입술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가장 이해를 많이 해주며 가장 힘들 때 다가가서 말없이 힘이 되는 엄마와 나의 존재처럼 되었으면 한다.

요즘 시대가 이웃과 어울리기 힘들고 정이 많이 부족한 시대다. 우리네 옛정과 삶속에 있는 엄마의 정, 고향친구의 정, 이런 끈끈한 정을 끄집어내어 되새겨 보고 이런 잔치를 치루는 것도 효의 하나일 것이다.

/반창현 (주)아이티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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