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지금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경제에 사회정의를 두는 시대이다. 저본보다는 인간이 갖고 있는 삶의 가치를 인본주의 개념에 근거한 근로에 두기 시작한 것이 이제 30년 정도 지난 듯하다. 역사적으로 토기 목기시대를 거쳐 철기시대에 이르러 인간의 생활자체가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우리의 직지문화도 금속에 기반한 인쇄술이라는 획기적인 변화에 방점을 두고 있기에 세계 최초 금속활자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고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석탄과 증기기관차에 의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대량생산이 산업현장에 등장하면서 인간의 힘의 한계가 드러나고 이때부터 자본과 노동의 논쟁이 불거지면서 이데올로기의 굴레 속에 지구촌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빠져 들게 되었다.

 칼 맑스의 '자본론'을 소지만하고 있어도 보안제재를 받던 시대를 겪으면서도 우리는 그의 논리에 근거한 '소외론' '잉여가치설' '임금착취설' 등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었다. 사회의 밑바탕에 소외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분석을 했고, 사람과 기계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이윤을 잉여가치로 인정하고 어떻게 적정하게 배분할 것이냐 하는 논리에서 잉여가치 배분 또는 부가가치손익계산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이론도 등장했다.

[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사람의 노동력이 기계 즉, 자본의 힘에 밀려 임금을 빼앗긴다는 임금착취 논리는 노동조합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1980년대 탄압의 노동시대에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신성하게 여겨야 한다는 분위기로 탈바꿈한 듯하다. 이때부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패러다임이 시작되었다. 이에 편승해 토지공개념의 도입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공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특정자본가의 전유물이 아닌 공유의 자본개념이 등장함으로써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려는 효율성 개념도 점차 사라지게 되고 목표달성을 전제로 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효과'를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를 겪은 것이다.

 자본개념의 변화와 더불어 사익에 우선한 경제적 이익보다는 공유의 개념에 입각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이를 경제개념으로 접목시켜야 한다는 논리에서 사회적 가치나 사회적 경제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재벌기업의 갑질에 의한 대규모 이익추구보다는 작지만 강한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명분하에서 사회적 약자나 대규모 자본보다는 협업이나 나눔 가치를 갖는 협동의 형태로 경제기반이 크게 변모하고 있다.

 대형자본에 의한 수익보다는 일자리를 중시하고, 일자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사회적 연계를 중시함으로써 자본보다는 사람에 핵심을 두고 있는 것이 사회적 경제이다. 즉, 삶의 질 증진, 빈곤이나 소외극복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체들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는 시스템이고, 이가 곧 현재의 대세라고 본다. 그러하기에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주목받고, 이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사회발전을 이끌어가는 노력으로 사회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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