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영화나 TV를 보면 죽어가는 사람이나 망자를 붙들고 심하게 흔들며 큰 소리로 통곡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장면이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런 행위는 죽음을 맞는 망인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죽은 자를 더욱 깊은 고통에 빠져들게 할 뿐이며 망인이 다음 생을 맞이하는 데 악영향을 주어 결국은 삼악도에 빠뜨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티베트의 "사자의 서" 등에 보면 통곡을 하고 몸을 흔드는 행위는 망자의 영혼을 해탈하지 못하게 하는 금기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죽은 자가 마지막 숨을 내뱉고 들이마시지 않는다고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닌 것이다. 이때 가족들은 큰 소리로 울거나 만져서는 절대 안 된다.

 영식이 몸을 떠나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며 3~4일이 지나야 깨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중음신(中陰神)이 되는 첫 번째 날이 되는 것이다. 이 때 영혼은 생전의 아홉 배에 이르는 기억력을 지니게 되며 대부분 스스로가 죽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장례식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그제 서야 자신의 몸 곁으로 돌아와 자신의 죽음을 확인한다. 때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죽었다는 것을 안다. 이때 그는 무척 마음이 상하게 되고 큰 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듯 사후의 영체들은 정처 없이 헤매는 과정을 겪는다. 어떤 때는 가족이 그리워 미친 듯이 집으로 가 보지만 자신의 몸은 이미 땅속에 있거나 아니면 화장당해 어디론가 각각 흩어버린 뒤다. 가족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니 영혼이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반응이 전무하다.

 언제인가 부천에서 일어난 가스 폭발 사고 때 사망한 남자의 사촌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아직 미혼으로 소령 진급을 기다리는 현역 군인이었다. 그의 형은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사고 장소에 들렀다가 폭발 사고를 당해 병원에 옮겨진 후 사망하였다고 한다. 사망 당시 그의 몸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타 처참한 그대로였다고 한다. 그런데 형이 죽은 후부터 살아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꿈에 검은 양복차림으로 자주 나타나 너무 외로우니 함께 가자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던 중, 친구 중 한 사람이 며칠 후 교통사고로 즉사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꿈에도 형이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그 후 부터 온몸이 견딜 수 없이 무겁고 아프며 마음까지 불안해 군복무에 지장이 많아 나를 찾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대개의 경우 급격한 사고로 죽은 영혼들은 주변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어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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