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는 해묵은 논쟁 중 하나다. 창세기 1장에 의하면 제4일째에 '물은 생물을 번성하게 하고, 새들은 땅 위 하늘 창공으로 날아다녀라'고 기록하고 있으니 종교적 관점에서는 알 보다 닭이 먼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1996년 4월에 치러진 14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진보정당은 광주, 전남, 전북으로 한정되는 지역정당(호남공화국)이라는 멸시어린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근혜의 8년 실정(失政)에 등을 돌린 민심은 엄동설한에도 젖먹이까지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불을 들고 한(恨)을 노래했다.

 역사적으로 가진 자(者)들의 갑질에 恨을 가슴으로 다스려온 우리는 민중의 힘으로 국민을 외면한 그들만의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쾌거를 이루었고, 마침내 2018년 6월에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을 이데올로기로 양분하고, 지역주의로 갈라놓으며, 때만 되면 북한을 들먹여 내일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민족을 양분해서 사리사욕을 차려온 부패세력들이 대구, 경북에서만 명맥을 잇는 급기야 대구·경북지역정당(영남공화국)을 건설하는 처지가 되었다.

 날이 새자 정통보수라고 자처하던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카메라 앞에 무릎 꿇는 퍼포먼스 세레머니를 한다. 이건 무슨 코미디? 이들은 아직도 정치를 '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불리하면 무릎 꿇고, 절하고, 천막치고, 길거리로 나가서 읍소하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의 이미지정치는 끝날 줄 모른다. 결국은 '민중은 개·돼지'라고 했던 교육부 공무원의 발상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Read between the lines."는 '행간을 읽는다.'는 말이다. 현명한 독자는 필자가 채 담지 못한 컨텍스트를 행간을 통해 찾아낸다. 정부가 써 준 내용대로 기사를 쓰고, 정권의 입맛에 맞춤 뉴스를 만들어 내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언론인들, 그래서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만든 기자들 틈에서 1998년 '딴지일보'라는 괴상망측한 인터넷신문이 창간된다. 이 신문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패러디를 통해 기존 권위주의와 편견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민중의 '배설욕구'를 충족시켰다는 호평 속에서 창간 2개월 만에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이들이 소위 '음모론'이라며 제기했던 일들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대한민국의 기틀인 입법(정치), 사법(재판), 행정이 얼마나 철저하게 국민을 우롱하고 유리(遊離)된 존재였는가를, 그 민낯을 마주하고 보니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기레기들이 난무하는 속에서 기사의 행간을 읽어 내기란 매우 난해한 작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습관적으로 바라본 사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 정의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토론문화는 그래서 필요하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정당한 반론을 제기해 보자. 고정관념이라는 틀을 과감하게 버릴 때다. 명심하자. 21세기는 그런 인재들의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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