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화해모드로 급변하면서 남북경협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지난 18일자로 발표한 신북방정책 14대 중점과제 확정안은 평화와 번영이라는 판문점 선언을 근간으로 남북한이 실질적으로 공유하고 실현가능한 협력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발표한 협력사업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남북한 철도연결사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한과의 철도 연결을 대비해 남측에서 우선적으로 실현가능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 104㎞를 잇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신북방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인프라 협력에 관한 청사진을 밝히며 1차적으로는 남북 경제협력을, 궁극적으로는 북한과 유럽을 잇는 신물류망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으로 평가된다.

남북한 철도연결사업은 유라시아 복합물류망 구축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철도(TSR, TCR)와 연계성 강화를 통한 철도ㆍ해운 복합운송 활성화로 국내기업은 물론, 일본과 중국등 동북아 경제시장의 구도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현재 남북의 전담 부처 차원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과 정부차원의 기본계획 수립과 예비타당성 검토 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발표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면, 일부에서는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과거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남북경협은 국제적 정세가 요동칠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남북화해모드의 상징인 개성공단사업이 그랬고, 금강산 관광사업 또한 퍼주기 논란에 휩싸여 좌절을 거듭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이 같은 사업이 국가적 대계라는 점에서 사업구상은 장기적으로 하되, 실현가능성 높은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당장이라도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떠오른다는 애드벌룬 띄우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남북경협은 단순히 남북한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미간 정상회담에서 엿볼 수 있듯, 언제라도 판이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 협상이라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핵을 필두로 북미간 벌어지는 협상이 때 아닌 돌발변수로 삐걱거린다면 남북관계 또한 급격히 냉랭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을 발표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관계자 말대로 북한과 공동으로 추진 예정인 사업은 중ㆍ장기 과제로, 길게는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결국 정치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 사이에서 그 어느 쪽이라도 경시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되, 실익부터 꼼꼼히 챙기는 실사구시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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