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리
내수문학회 회원

얼마 전 보따리 하나를 잃어버렸다. 그 속에는 평소에 잠시라도 떼어 놓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던 소중한 것들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현대문명의 이기인 핸드폰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런데 며칠 살아보니 핸드폰 없이 사는 것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출할 때 어쩌다 깜박하고 집에 두고 나오면 그리도 불안하고 걱정이던 애물단지가 막상 없고 보니 급한 연락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답답하겠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본지가 얼마만이냐!"

난 이제 내 시간의 발목잡고 있던 그놈의 핸드폰이라는 괴물에게서 놓여나 나만의 자유의 시간, 고립의 시간들을 즐겨야겠다고 생각 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시간이 지나자 슬슬 소통이 막혀있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미리 계획하거나 약속이 없어도 번개 치듯 연락해서 산행을 하거나 나들이를 하던 친구들이 궁금하다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멜로디가 그립기도 했다. 갑작스레 전화해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함께 무엇을 하거나 어디를 가자고 말해주는 일들이 얼마나 내 삶을 싱싱하고 빛나게 했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텃밭에만 나와 있어도 연락이 되지 않는 엄마가 걱정이 된 큰딸이 핸드폰을 사서 들고 왔다. "엄마 내가 답답해서 안 되겠어!." 나는 속으로 좋아서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 딸에게 말했다.

"그거 없으니 만고에 편하고 좋기만 한데 왜 또 사왔냐!"

습관은 마시멜로 같이 집요한 달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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