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건강을 이야기할 때 '균형'을 강조한다. 균형 잡힌 식사, 균형 잡힌 운동, 균형 잡힌 생활 등. 최근 신조어인 워라밸도 균형을 강조한다. 워크(일)와 라이프 밸런스(휴식 등 일상생활)를 합성한 것. 하루 24시간을 균형 잡히게 사용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다. 일만 한다거나, 놀기만 한다거나, 아무 것도 안 한다거나 등 한쪽으로 치우치면 건강한 삶이 아니다. '격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휴가 때나 써먹는 이야기.

 과거 근면만을 강조했던 시절엔 삶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삶이란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데도 '일이 우선'인 시절이었다. 근면 자조 협동 등을 강조했던 시절이다. '잘살아보세'를 구호로 했던 시절. 이제 그 시절을 발전적으로 뛰어 넘으면 어떨까. 그럴 때도 된 듯싶다. 산업화 시대가 가졌던 '하면 된다'는 신념도 중요하다. 다만 '정말로 하기 싫은 일'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균형 감각을 가져보자.

 스포츠에서도 균형이 강조된다. 진행 중인 월드컵 축구를 보자. 공격 수비가 균형 잡힌 팀이 공격만 잘하거나 수비만 잘하는 팀보다 강하다. 아마도 공수 균형 잡힌 팀이 우승할 것이다. 홀로 하는 스포츠 경기를 제외하곤, 팀워크가 좋은 팀이 결국 우승한다. 아프리카 속담엔,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도 있다. 물론 스타플레이어를 가진 팀이 강할 때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오래 못 간다. 균형은 정신적인 면에서도 강조된다.

 컵에 물이 반 남아 있을 때, 아직도 반이나 있다 혹은 반밖에 없다를 벗어나 '팩트'인 '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건 부정적으로 바라보건 팩트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팩트를 바라보지 못하고 균형이 무너지면 '억지'와 '강요'가 이뤄진다. 팩트를 '내가 보고 싶은 것'으로만 보게 되면, 균형 감각을 잃게 된다. 우리 사회가 '내로남불'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면 균형은 무너진다.

 균형을 잡기 위해선 실제로 일어난 일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균형을 잡기 위해선 서로 상반된 입장이 제대로 토론돼야 한다. 토론을 제대로 진행할 무대도 필요하다. 언론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中庸(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이 필요한 이유는 균형 때문이다. 언론이 중용을 지키기 위해선, 대중여론만을 전해선 안 된다.

 팩트를 제대로 분석하고, 상반된 입장을 토론을 통해 여과시켜야 한다. 언론이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때 우리사회는 더욱 건강해 진다. 적폐청산이든 제 4차 산업혁명이든 제대로 된 토론을 통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국가의 여러 권력을 서로 대립하게 하고 서로를 억제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법 입법 행정으로 이뤄진 국가 기관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으려 할 때, 국민들은 더 편안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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