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국의 보수정당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거 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보수정당들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대표적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선거 직후 홍준표 당 대표가 사임하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개혁방향을 발표하고 쇄신 작업에 나섰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쳐 사퇴 압박을 받는 등 빈 깡통이 요란하듯 소란스럽기만 하다.
김 권한대행은 “중앙당을 해체하고 저 자신이 청산위원장을 맡아 해체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당 내부에서는 “청산대상이 쇄신을 주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등 이견이 죽끓듯하다. 친박·비박·친홍·비홍 등 각종 계파가 한 지붕에 있으니 마지막 순간을 맞았어도 단합된 목소리가 나올 리 없다.
정당은 정치·경제적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자들의 모임인데 자유한국당이 과연 그런 공동체인지 불확실하다. 그런 철학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도 의문일 정도로 지리멸렬했고, 각자 도생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국민들 눈에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이념보다는 계파의 이익을 위한 패거리 싸움에 진력했고, 소신을 당당하게 밝히기는커녕 계파 보스의 눈치만 살피는 기회주의자만 우굴거렸다.
보수 정당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과연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투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쇄신과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인 전제돼야 한다. 의사가 원인도 모르고 병을 치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의 몰락 원인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벌인 친박진박 대 비박 싸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총선 6개월전까지만 해도 최소한 180석, 잘하면 단독으로 개헌 추진이 가능한 20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독주했다. 이런 인기를 과신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나치게 공천 전횡을 한 것이 중도우파 지지자들을 등돌리게 했고, 결국 사상 최초로 집권당이 제1당을 뺏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의결에 동조한 것은 보수 지지자들이 보기엔 배신행위였다. 촛불의 위세에 눈치를 보다 찬성 대열에 서는 것을 보고 보수지지자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정당으로 낙인찍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남북평화쇼’라고 폄하하고 무조건 반대만 한 것도 민심을 잃게한 패착이다. 보수라 하더라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자체를 비판해선 질 수 밖에 없다. 프레임을 선점당했다 하더라도 기꺼이 동참하고 다만 그 합의 내용에 대한 감시에 집중했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중앙당을 해체하는게 능사가 아니다.
공천과 계파에만 목을 매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보수의 가치를 외면하는 가벼운 처신,이념도 없이 알량한 소신마저 저버리는 웰빙주의로 오염된 의식 등 국회의원 개개인의 가치관과 도덕성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왜 하는지, 역사적 사명이 무엇인지 모르는 의원들로 가득찬 정당은 필히 패망할 수 밖에 없다. 국회의원 뱃지를 액세서리 정도로 아는 그런 의원들이 스스로 물러나야 보수 정당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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