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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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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1  13: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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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한바탕 회오리처럼 일던 선거의 열풍이 잦아들었다. 설거지하듯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대부분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차를 몰고 덕문이 들녘을 돌았다. 푸르다. 가뭄 속에서도 벼들이 땅내를 맡고 뿌리를 단단히 굳혀가고 있는 풍경이 평화롭다. 마늘을 캐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뙤약볕에서 참으로 힘든 작업이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득 '그때 그 시절'에 연재하던 농촌 풍경 사진 한 장이 떠올라 미소를 머금게 한다. 1979년도 딱 이맘때, 삼덕리 들녘을 배경으로 한 낡은 사진이다. 모내기, 보리 베기 바쁜 일철 나서면/ 엄마 아빠는 해 종일 들에서 살고/ 마을 앞 공터엔 농번기 유아원이 열린다//

 '나처럼 해 봐요 요렇게'/ 마을 꼬맹이들이 모두 모여/ 노래와 율동으로 시작되는 탁아활동은/ 서너 살부터 예닐곱까지 나이도 제각각/ 쭐레쭐레 따라하는 아이들 동작도 제각각이다//

 땅심 받는 벼 포기 살그랑 살그랑 몸 흔들며/ 햇살과 흙, 바람, 아이가 그대로 자연이 된/ 한 폭의 수채화, 순수한 농촌의 풍경이다//

 당시 미취학 아이들은 온 동네, 온 들녘이 학교이자 놀이터였다. 사진 속에서 아이들의 율동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유치원 선생님인지 동네 처녀인지 엄마들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크고 작은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다 함께 섞여 있는 것이 분명하다. 떼로 몰려다니며 노는 아이들 목소리로 온 동네 골목이 떠들썩했다. 동생은 형이나 언니 누나를 따라가려고 기를 쓰고 형, 언니들은 가능한 한 동생들을 떼어놓고 제 또래들끼리 놀러 가려고 숨바꼭질이 이루어지곤 했다.

 농촌 현장 유아원은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과 몇 명의 선생님들이 함께하고 있지만 온전히 따라하는 아이는 몇 안 된다. 선생님의 몸동작과 아이들 몸동작이 다 제각각이다. 잘못한다고 쥐어박는 일도 없다. 무엇이 문제되랴. 이것이 우리네가 살아온 모습이요 시대상이지 싶다. 불과 몇 십 년 전의 일이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세상이 급변했기 때문이리라.

 2018년도 9월부터는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사전신청 접수가 6월 20일부터 연령대별로 분산 시작됐다. 나라에서 아이 키워주는 시대가 왔다. 아이들 키우기 참 편한 세상이 되었다. 보육시설도 좋아졌다.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이들을 받아주는 영유아시설도 늘었다. 여성이 직장 다니는데 아이 때문에 발목 잡히는 일이 많이 줄었다. 남자들에게도 육아 휴직이 주어지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 낳기를 꺼린다. 자식보다는 자신의 일을 더 중시한다. 동네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멈춘 지 오래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건 다문화 가정이다. 마을이 적막강산이다. 이제 마을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다. 그 옛날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즐겨 놀던 놀이와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되던 사회성, 인성이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따로 가르치고 있다. 자꾸 사람이 제도권으로 묶이고 기계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낡은 한 장의 사진은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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