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자주 들르는 오송역 주차장은 입구에서는 자동으로 차번호를 인식하고 문이 열리지만, 출구에는 주차관리인이 요금을 계산해 주신다. 사람이 직접 응대해 주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특히 기차시간에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역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만차일 때, 주차관리인에게 부탁하고 차를 맡길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인간적 공감을 주차기계에게는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조만간 이 자리를 주차 로봇이 대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시대에 로봇은 인간보다도 더욱 인간적인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요즈음은 무언가 등록을 하려고 하면 "로봇이 아닙니다."를 증명하기 위해서 사진 속의 특정 물체를 내가 잘 인식하는지 물어보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림 속 물체 찾기를 번번이 틀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로봇이 사진 속 물체를 더 잘 맞추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지만, 한편에서는 사람이 할 일을 로봇이 대신 해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지금은 단순히 반복하는 기계적인 일을 로봇이 대신하지만,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되면, 사람보다도 더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인공지능 시대에 로봇과 차별화된 인간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특히 어렸을 때 배우는 언어와 사고 교육은 평생 동안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가끔 밀림에서 어렸을 때 실종되고 동물과 함께 생활하다가 구조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들은 평생 사람의 언어를 배우거나 사람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프로그래밍이다. 그러니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로봇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로봇을 프로그래밍하는 인간의 위치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를 하는 시간과 공부를 하는 시간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컴퓨터를 할 때에는 "공부하지 않고 놀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컴퓨터로부터 학생들을 분리하려고 한다. 물론 중독이라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그에 대한 능력을 기르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공부에 대한 구태의연한 사고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컴퓨터를 멀리하고 오로지 종이로 된 글 속에서 정지된 지식을 외우고 문제 푸는 일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하고 있다. 아마 취업 준비 때문에 더 오래 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청소년 IT 활용 능력은 OECD 국가 중에 하위권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최소한 IT를 다루는 능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오는 7월 11일과 12일에 걸쳐 한국과학철학회에서는 "인공지능시대의 인간되기"라는 주제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대회에는 캠브리지 대학의 석좌교수이면서 과학철학자인 장하석 교수도 와서 "인공지능시대의 과학철학"에 대한 강연을 한다. 시간이 되면 한번 들러볼 만한 행사라고 생각해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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