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역사적'인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끝났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짝이 없다. 미국이 대한민국 안보를 희생물 삼아 북핵 위협을 제거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미국이 애초에 천명한 미·북 정상회담의 목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CVID)'의 달성이었기 때문이다. 미·북 정상회담 전날까지 만해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비핵화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북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비핵화가 판문점 선언에서 사용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북한식 표현으로 대체됐다. 공동성명에는 비핵화의 원칙과 로드맵도 없고 비핵화 방법도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이 작심하고 숨길 경우 1만 개나 되는 지하 땅굴에서 야구공 크기의 핵 원료 10여 개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의 핵은 덮어두고 현재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되는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한·미 간 연합훈련 중단 문제도 그렇다.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은 이미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됐다. 청와대는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다 해도 주한미군 철수는 '비핵화와는 무관하다'는 논리로 연합훈련 중단과 분리해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합훈련은 영원히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훈련 없는 군대는 '죽은 군대'가 되는데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인지 모른다.

 국내외 여건도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끈질기게 요구해 온 목적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에 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를 강력히 요구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우리의 최고 동맹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당면한 북핵 협상은 물론 대한민국 안보, 더 나아가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모두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위험한 선택이다.

 아무리 화해 국면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북한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근거는 희박하다. 정부는 한·미훈련 중단이 미국 주도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해 한 치의 안보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선 한·미 양국의 대규모 전력이 투입되는 연합훈련은 체제를 위협하는 최대 불안요소였다. 북한이 비핵화에 망설인다면 앞으로 주저 없이 훈련을 재개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연합훈련 중단이 안보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한·미 양국의 물샐틈없는 공조가 요구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양국의 군사훈련 중단 결정이 비핵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하기 위해선 북한의 진정성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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