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1950년대 우주 개발이 시작되면서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를 처음 보았을 때, 그들은 우주에 대해 '경외감(敬畏感)'을 갖게 되었고 광대한 자연이 우리를 품고 있다는 이른바 '자연과의 합일성(合一性)'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조망효과'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조망효과(眺望效果)란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난 후 일어나는 가치관의 변화'를 말한다.

인류 최초로 우주를 여행한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서로 다투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힌바 있다. 사실 우리도 종종 그런 체험을 한다. 우리가 산에 오르는 것도 어쩌면 이러한 조망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래의 모습들이 아주 작은 그림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으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끼거나 깨닫기도 한다.  

인도의 위대한 시인이자 사상가인 타고르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히말라야 모험 여행을 하였다. 어린 타고르는 해발 2,000m 고지의 작은 마을에 머무르면서 히말라야 봉우리를 보았을 때, 그 힘찬 정기(正氣)와 기상(氣象)에 매료되었고 세상과 사물을 보는 시야가 아주 넓어졌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보다 성숙해지고 자신의 가치관 정립에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우리는 때론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의 삶과 존재를 깨달아,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價値觀)이란 '인간 생활과 관련된 일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기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특별한 경험을 통해 의식(意識)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릇 시야가 좁아지면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사고(思考)의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사고의 유연성을 위해서는 우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내다보고 사물을 제대로 통찰해야 된다. 물론 사물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조망효과'에 의해 세상과 사물의 참 모습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어,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치관은 오랜 세월을 거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치관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이나 독서 등이 필요하지만, 조망효과도 가치 변화의 큰 힘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가 사노라면 자칫 자기중심적 사고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지구는 우주라는 작은 극장에서 아주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지구촌의 인간들은 아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을 넓게 보고 겸허하고 유연한 자세로 내면의 세계에 귀 기울여 진정한 삶의 가치를 별견하도록 힘써야 한다. 나아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삶에서 벗어나 지구라는 공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이타적 삶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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