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 학기 종강으로 강의평가가 시작됐다. 대학마다 시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창의 교육'을 몸부림치고 있으나 정부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등 제한으로 퇴출 위기를 맞은 대학도 나왔다. 공부란 내 것으로 재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혜의 변환인데 학생들은 여전히 교수 일방적 강의를 선호한다.

 초·중등기간 습관화된 전달 위주 학습 · 암기식 교육, 상당수는 학기 내내 입을 닫고 앉아 지식만 저축할 뿐 다른 방법은 관심 없다. 필자의 대학시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과 로봇의 융합 속에서 스스로 해석·응용과 아이디어 접목은 강의평가보다 훨씬 무디다. 그런데도 그 놈의 학벌에 볼모가 되어 엄청난 등록금과 맞바꾼다. 고등학교 3학년 대비 진학률의 고공행진, 불투명한 미래를 분노하고 좌절할거면 왜 그 비싼 젊음을 찌들까?

밖으로 나가는 손잡이는 안에 있듯, 서로 다른 잣대를 갖고 배워 자기 삶을 여는 게 공부(工夫)란 걸 알면서도 스펙 쌓기로 뜨겁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졸수준 대우와 소득은 역대정부 줄곧 체면치레 구호였으니 찬밥 신세를 만든 배경 맞다. 교육부 나름, 자유학기제와 연계하여 꿈과 끼를 찾게 한다는 취지의 '제 2차 진로교육 5개년 계획('16~'20)'을 추진 중이나 정작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 모두 시큰둥하다. 흔쾌하지 않은 과제만 던져 시즌2의 허구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일부 대학의 경우, 적립금을 늘려 횡령과 유흥, 여행, 총장 부친 장례비용까지 교비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왜 하필 우리가 낙제점이냐'며 교육부와 거세게 맞서고도 뻥튀기 예산편성 관행 등 감당 안 되는 대학들, 여전히 배짱 영업 중(?)이다.  한낮 대학 재정 관련 정보공개, 사립대학의 법인전입금 부담 기준 명문화 및 적립금 한도액 설정 역시 대부분 심드렁하다.  마침내 모 대학총학생회가 '교육부 평가'를 의식 학내노조파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나쁘지 않은 뉴스다. 책임 경영· 교육내용 혁신·재정운영 제고 등 자율 물꼬, 진심으로 접근하면 답이 나온다.

 입학금을 없앤 국·공립대학들, 자구노력 단초여서 대학구조개혁과 살아남는 길의 변곡점이 보인다. 이를 외면하거나 방만 운영에 결국 학생들을 배움보다 알바로 내 몰고 대학 운명까지 묻어왔다. 2018 세계대학 평가(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 발표)결과 우리나라는 100위권 내 5개교 이름이 올랐을 뿐 톱 30위 장벽을 뚫지 못했다.

 비싼 등록금에 비해 허탈한 경쟁력, '스펙은 화려한데 인재 고갈' 현상까지 맞물려 있다. 주당 근로시간 단축으로 당장 신규채용을 공고해도 중소기업의 경우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이다. '일자리 창출'은 동동거리면서 핵심부처인 고용노동부 성토가 만만찮다. 기껏 해봐야 지원금으로 등장한 청년창업 역시 대부분 식어 홍보용·통계 수치용 웃음거리다. 지성·진리 숨통조차 막아버린 스펙경쟁의 비겁함, 언제까지 실신(실업·신용불량) 청년으로 허우적거리게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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