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주말 아침마다 즐겨 시청하는 모방송사의 신개념 시사․ 교양 프로그램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이 있다. 내가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역경의 세월을 살아온 대한민국 시니어들이 다양한 인생과 그 속에 진하게 녹아 있는 삶의 지혜를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함께 나누며 진솔하고 유쾌한 삶의 이야기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에는 ‘인생 톡 공감 톡’, ‘황금 나침반’ 그리고 ‘사랑합니다. 당신의 세월’등의 부재가 있다. 그래서 시니어 출연자들이 과거에 가졌던 각양각생의 직업들과 그 속에서 그들이 경험한 다양한 생활이나 생각들을 통해 먼저 살아온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간접적으로나마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며 삶의 기로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 인생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도 구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배려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몇 주 전 나는 그 프로그램에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형제애를 만났다. 경상도에 사는 나이 지긋한 4형제의 이야기다. 막내 동생이 맏형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잔잔하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비교적 남부럽지 않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는 화투판에 빠져 가사를 돌보지 않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재산을 다 탕진한 후에 암에 걸려 세상을 등졌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마저 병석에 눕자 당시에 고작 중학교 2학년에 불과했던 어린 맏이가 아픈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남의집살이를 하면서 꿋꿋하게 동생들 모두를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시켰고, 그들의 결혼은 물론 사회의 떳떳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도 동생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고 있으며, 그 이외 동생들 또한 맏형을 아버지처럼 따르고 존경한다는 의미에서 감사함을 표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의좋은 형제’라는 설화가 떠오른다. 옛날 어느 마을에 따로따로 농사를 지으며 사는 형제가 있었는데 가을에 추수가 끝나자 형은 동생이 결혼을 했으니 쌀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밤중에 논으로 몰래 나가 자신의 볏가리를 덜어 동생의 볏가리에 쌓아놓았다. 그날 밤 동생 또한 형이 부양할 식솔이 많으니 살이 더 필요할 거리 여겨 자기의 볏가리를 덜어 형의 볏가리에 쌓아 놓았다. 이튿날 새벽 논에 나간 두 형제는 분명히 지난밤에 볏가리를 옮겨 놓았는데 전혀 볏가리가 줄어들지 않았음에 깜짝 놀랐다. 이튿날 밤에도 형제는 전날 밤과 같은 행동을 했고, 셋째 날에서 되어서야 비로소 형제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설화는 형제 사이의 우애를 다루고 있으며 삼강오륜을 덕목으로 하는 우리의 도덕관념에서 감사함을 가장 적적하게 보여주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고 본다.

정말로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미담들이다. 사실 이와 같은 미담들을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살았을 때에는 심심치 않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급속화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우리사회 원형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간애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공경심과 형제들 간의 우애는 점점 상실되어 감사함을 모르고 산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감사함이란 물질적인 도움이나 일시적인 이해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사함이란 바로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작게는 나의 가족부터 시작하여 크게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 노력하는 자세일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때론 상처를 주기도하고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상대에 대한 감사함을 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순간의 감정으로 서로의 상처를 그냥 그렇게 치부하기 보다는 한발짝 물러서서 상대방의 입장으로 깊이 생각하고 나 자신을 반성해 본다면 감사한 여러 요인들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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