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증평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보강천생태공원을 걸으며 아는 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은 큰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습지와 공원 하천이 잘 어우러진 길은 새로운 풍경으로 계속 이어져 자연이 만들어낸 단편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이다. 보강천은 증평군 도안면과 증평읍의 들판을 적시며 흐른다. 보강천생태공원이 조성된 곳은 보강천과 좌구산에서 발원한 삼기천이 합류하고 증평읍의 남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두타산에서 발원한 지천들 또한 보강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조성되어 있다.

보강천 체육공원에서 출발하여 습지를 걷고 징검다리를 건너 다양한 수변식물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총 거리 2.7km. 보강천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다양한 식물, 곤충, 조류들과 만나게 된다. 한번은 보강천 옆을 지나다 웬만한 크기의 바위들이 무리를 지어 있어, 뚫어지게 보니 함께 걷던 어머니께서 "저거 오리야." 라고 일러주시는데, 아니라고 우기다가 안경을 쓰고 다시 보고, 그래도 의심쩍어 "우...... ." 하고 소리를 내니 바위 같던 녀석이 쓰윽 하고 고개를 쳐들며 날개 짓을 퍼덕였다. 어찌나 우스운지 어머니 손을 잡고 한참을 웃다가 그곳을 떠났던 기억이 그리 멀지 않다.

몇 주 전에는 저녁노을이 질 무렵 공원을 걷고 있는데, 조명이 켜지며, 서울 야경이 부럽지 않은 멋진 모습이 나타났다. 다리까지 이어진 조명아래 삼삼오오 가족끼리 연인끼리 다복하게 걷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푸근해지기 그지없다. 군민들을 위해 갖추어 놓은 편의시설도 자연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친화적으로 되어 있었다. 공원길에 흔들의자에 앉아 있으면 꽃밭이 펼쳐지고 발을 구르며 하늘을 보고 앉아 있으면 마치 그네위에 있는 듯 구름과 가까워진다.

보강천생태공원이 너무나 근사한 것은 자연을 존중하면서도, 행정편의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걷고 앉고 둘러보는 것을 고려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충청도에는 증평만큼 공기 좋고 아름다운 곳은 너무나 많다. 그곳에 주민들을 위해 많은 휴식처가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보강천생태공원처럼 주민들의 마음을 살핀 설계가 되기를 간곡히 바란다.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가우디는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고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고 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조형물을 우뚝 세우는 것이 아닌,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일 때 사람은 진정 그곳에서 쉼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어제는 시원한 바람에 이끌려 , 점퍼 양 옆에 주스를 두 개 넣고 어머니를 모시고 공원을 걸었다. 목마른 어머니께 하나 건네 드리고 나도 한 모금 마시며 숨을 돌리는데, 어머니께서 흘러가듯 말씀하셨다. "잡초들 사이에 꽃이 하나 펴있으니, 잡초처럼 취급을 받는구나." "근데 참 신기하네!" "나비들은 어찌 꽃을 알아보고 저기서만 노니는지...... ."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 갑자기 뭉클해졌다. 콘크리트 빌딩 안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에 내 마음이 노을보다 곱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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