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우리나라는 아주 오랜 기간 왕조시대, 일제 지배,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통치에 굉장히 익숙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주어진 대로 사는, 타율적인 삶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민주화의 진전, 남북관계 개선으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정말로, 남과는 다른, 나만의 주체적이고 개성 있는 삶을 살펴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최근 우리 지역 한 라디오 방송의 청소년 캠페인 광고에 나가고 있는 내 목소리다. 한번 녹음을 하면 한 달 정도 나간다. 위 녹음은 북미정상회담 한 달 전인 5월 10일 이루어졌는데, 그 직후부터 회담 취소가 운운되며 회담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그 상황 전개에 따라 내 방송의 운명도 결정될 터였다. 다행히 회담은 이루어졌고, 내 방송도 잘 나갔다.
 
오늘 출근길에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의 라디오 인터뷰를 들으면서 내가 한 위 방송 내용이 떠올랐다. 여승무원은 "박삼구 회장이 승무원 교육장에 오기 전, 교관이 미리 누구는 울고, 웃고, 안기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시켰다. 회장님에게 '한번만 안아주세요'라고 말할 때 '한번만'은 빼라고 시켰는데, 회장님이 여러 번 안아줄 수 있으니까 그랬다"고 했다.

아시아나 안에서 직원들은 고유한 인격체가 아니라 왕과 같은 사주에 예속되어 그의 비위를 맞추며 일하고, 그 대가로 생존을 위한 돈을 받는 서글픈 생명체에 불과했다.  그 직원들의 주체적이고 개성 있는 삶은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는 왜 사는가? 이런 행태가 어디 아시아나나 대한항공 같은 곳에서만 벌어지겠는가? 한 생명체의 품격을 고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분위기는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퍼져 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리 역사상 처음 들어선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이명박, 박근혜의 반민주적 정권을 겪고 나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반대파를 빨갱이, 종북으로 몰면서 정권을 유지해 온 극단적 수구세력의 전략도 더는 먹히지 않게 되었다.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역사의 새로운 큰 물줄기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자유롭고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 내 삶의 존재 이유가 나오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 십수명과 함께 시골에서 천렵을 했다. 각목과 판자, 스티로폼으로 뗏목을 만들어 타기도 했다. 50대에 들어선 친구들이지만 10대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자연의 자유'를 만끽하였다. 그 순간만큼은 억압된 삶의 고단함에서 해방된 듯하였다. 이런 해방감이 일상의 삶 속에서도 실현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다. 그 길은 그냥 닦아지지 않는다. 참된 해방의 세계는 내 안에서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주체적이고 개성 있는' 삶을 강조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일상 속에서, 2016년 촛불을 훨씬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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