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지난 달 14일 시작된 러시아 월드컵이 한 달간의 경기를 거의 끝내고 결승전만을 남겨 놓고 있다. 그동안 숱한 흥분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둥근 공도 멈춰야 한다. 스포츠 경기종목 중에서도 축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계층에서 좋아하고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하여 열광하는 종목도 없는 것 같다. 축구의 마력에 빠져 그간 주변의 일들이 뒤로 밀리고 소홀해진 감마저 든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마치, 오랜 여행 끝에 집에 돌아온 기분이다.

금년 한해도 지금이 중간,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늘아래 모든 일이 출발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의지에 관계없이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얼마 있지 않으면 금년 한해를 마무리 할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지난 6개월이 이렇게 빨리 갔으니 하반기 6개월은 더 빨리 자나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반기를 시작하는 이쯤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우선, 금년 한해를 시작할 때의 목표와 다짐을 확인하며 Feedback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다. 그간 결심만 하고 흐지부지했던 일들을 떠올려 본다.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넘쳐나는 정보를 쉽게 공유하게 된다. 문제는 그 많은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인데, 그보다 더 먼 거리는 가슴에서 손발까지라고 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깨닫는 것, 그리고 손발로 실천하는 것의 차이를 비유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가정에 우선하여 충실하고 싶다. 며칠 전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이 아들을 낳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적적으로 낳은 손자라 그런지 참 좋았다. 결혼 한지 9년간 노력하다 나온 손자인지라 감동 그 자체이다. 순산을 기도하다 막상 건강하게 자연분만을 하여 낳고 보니, 이제는 욕심이 점점 더 해져 아이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어제 새벽교회에 참석하여 기도하던 중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졌다. 지난 모든 일에 감사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 아이의 임신과 출생을 위해 말없이 기도해온 적지 않은 사람들의 고마움과 사랑을 감당키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좋은 할아버지가 돼야 할 텐데, 이역만리나 떨어져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도와줘야 할지를 미리 고민해 본다. 중년을 지나면서 점점 후회하며 깨닫는 사실은 인생의 대부분을 그동안 직장에만 우선을 두고 가정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고 나만의 건강만큼이나 배우자와 함께 건강해야 함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전에 비교해 삶의 질은 높아지는 것 같은데, 오히려 점점 허전하고 뭔가 부족해지는 것 같다. 이제라도 더 배려하고 보듬어 주어야겠다.

마지막으로, 금년 계획을 약간 수정해야겠다. 욕심을 줄여 실천가능 하도록 수정하여 금년 말이 다가오면, 감사꺼리가 더 많아지게 하리라. 그리고 선배교수가 사진 속에 손주사진을 첫 화면에 올려놓고 유난을 떠는 것을 보고 속으로 경시했었음을 용서를 빈다. 나도 딸에게 사진 올리는 법을 배워 보고 싶은 손주를 매일 확인하며 자랑하리라. 인생 별것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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