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도의회 이수완 건설환경소방위원장이 주도한 지난 12일의 '소방복합치유센터(소방병원) 유치' 관련 기자회견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충북을 둘로 가르는 지역 소(小)이기주의적 보여주기식 '정치 쇼'란 비판이다.

소방청이 추진하는 소방병원 건설에 충북에서는 청주시와 진천·음성군 3곳이 1차 평가를 통과했고, 이후 진천군이 음성군과 후보지를 자체적으로 단일화했다.

두 곳의 후보지는 불과 2km 거리로, 모두 충북혁신도시에 있어 진천군이 음성군에 양보해 유치가능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소방청은 지난 12일 2차 평가인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고, 이날로 사실상 모든 평가가 종료됐다.

그런데 이날 충북도의회 건설소방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시종 지사가 청주시를 주저앉히고 음성군(충북혁신도시)으로 후보지를 단일화 하는데 나서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충북도는 어느 쪽(청주·음성)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입장으로 인해 소방병원 유치를 위한 행정적 역량이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방병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동분서주했던 도청 공무원들은 "황당하며"며 내부로 총부리를 겨눈 도의원들의 생색내기용 처신에 "일을 못하겠다"고 푸념했다.

도청 일각에서는 "도의원들이 소방병원의 충북 유치를 위해 국토균형발전과 접근성 등 장점을 내세워 청와대에 건의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나서달라고 요구하면서 소방청장을 방문해 설득하는 게 올바른 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주시청 공무원들도 그동안 밤잠 못자며 소방병원 유치를 위해 준비했는데 하루아침에 포기하라고 하면 수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시기성도 맞지 않았다. 

이날은 이미 최종 평가일로 결과를 밀봉해 오는16일 개봉·발표만 앞둔 상황에서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지역구가 진천인 이수완 도의원이 건설소방위원장이라는 '완장'을 차고서 진천군민에게 생색을 내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다는 인상이 짙다.

도청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도의회가 아닌 기초(진천군)의회라는 인상을 풍겨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건설소방위의 돌출행동으로 이날 소방병원 PT에 참여한 청주시의 지역구 도의원들도 난감해했다. 

자신들은 지역구 현안에 나몰라라 하는 '무관심 도의원'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이 위원장과 건설소방위원들은 사전에 청주지역구 도의원들과 제대로 교감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해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공분을 샀다.

아울러 혁신도시 유치를 굳이 주장하려면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움직였어야 했는데 공론화를 강행하면서 정치적으로 세련미가 부족했다는 촌평도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한 도의원은 "앞서 도의회 차원에서 충북유치 건의서를 중앙부처에 발송한 상황에서 충북혁신도시만을 위해 기자회견을 한 것은 명분이 없고 모양새나 절차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기적으로도 (부지선정 마지막 절차인)프레젠테이션 시간에 기자회견을 해 앞뒤가 맞지 않아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고 반성했다.

도의회 상임위원장은 의장과 원내대표가 협의해 선정한다고 한다.

후반기에는 편협하지 않고 충북도 전체를 바라보는 인물을 선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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